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애령 Mar 24. 2021

사람들이 차별을 하는 이유

차별의 조직화 원리

살면서 차별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맞댄 사람에게 대놓고 차별이나 혐오를 당한다면 평생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차별을 한다. 왜 그럴까. 차별이 나쁘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차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차별은 한데 뭉친 사람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분리한다. 성별, 지역, 연령, 배움의 정도 등으로. 피부색과 종교, 성정체성도 중요한 차별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은 그 자체로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집단과 집단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집단의 자원을 다른 집단으로 배분한다. 그 자원은 여러 가지다. 재산과 시간, 기회와 존경 등등. 


차별로 자원을 빼앗기는 집단은 피해가 크지만, 그 반대 집단은 상당한 이득을 누린다. 여기서 차별은 보이지 않는 지지를 획득한다. 차별은 도덕적 죄책감 못지 않게 상당한 보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차별은 겉으로는 비난받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차별로 보상받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고 그 집단은 대개 차별받는 집단보다 강하다. 


과거 봉건주의 역사에서 권력자들은 이 방법을 매우 잘 썼다. 불만이 생기면 대항하지 못할 만큼 약한 집단을 겨냥하여 차별 정책을 썼다. 지금의 문제는 저 특정 집단-무슬림, 흑인, 게이-때문이고, 이들을 내쫓으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상황이 나아진다. 차별받는 집단의 자원-땅과 재산-등을 빼앗아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제일 큰 몫은 권력자에게 돌아간다.


예를 들자면 조선 후기 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왕조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했다. 여성들의 재산 상속권을 빼앗고 정조를 강조하여 가정 내 발언권을 눌렀다. 여성들의 자원을 나누어받은 남성 집단은 당연히 무능한 조선 왕조를 지지했다. 토지 외에 별다른 생산수단이 없던 시대였기에 더욱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정통성이 부족한 권력에게 차별은 유혹적인 방법이다. 지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현대 역사에서 민중들은 권력자들의 차별 정책을 몸소 배웠다. 누군가 차별받으면, 그 몫은 나누어져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여성을 차별하면 남성의 몫이 당연히 커진다. 노인을 차별하면 중장년의 몫이 불어나게 마련이다. 차별받는 여성은 가정 내에서 자신보다 어린 아동의 발언권을 누른다. 아동들은 또래 집단 내 계층으로 차별을 두어 자기 몫을 높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차별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자신이 대접받을 단 하나의 공간을 찾아낸다. 바로 ‘고객님’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갑질이 벌어지는 이유다.


사람들의 차별이란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그 자원을 일부 빼앗고, 조금이나마 경쟁을 덜 하려는 계산이지만 아쉽게도 그 결과는 신통하지 않다. 하나의 사람 안에 여러 가지 정체성이 겹쳐 있기에 하나의 차별로 얻은 이득은 또다른 차별로 빼앗기기 때문이다. 가령 가부장제 사회에서 중장년 남성으로서 얻은 이득은, 중년 이후 노년까지 고스란히 빼앗기고 마이너스가 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연령 차별 사회는 노인 학대라는 사회 현상을 피해가기 어렵다. 결국 과거 봉건주의 시대처럼 차별로 일어나는 보상은 돌고 돌아서 권력자의 몫이 된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삶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이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