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우나 허무하고 기괴하나 의미 없는 인생들에 대하여
맨부터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고 해서 구매하여 읽어보았는데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때 읽던 괴담집 같은 느낌이었다가 하지만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고 몰입감이 있었었다.
모든 책이 항상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을 필요가 있을까.
저주 토끼와 즐거운 나의 집, 재회의 유령들
나의 배설물을 먹고 자라는 머리
이상한 현상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어지는 몸하다
환상동화, 전래동화 같았던 덫, 흉터,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그 자체로 즐기고 그 자체로 기묘한 느낌 기이한 현상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함과 이를 마주쳤을 때 드는 감정을 느끼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가장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도 이런 말이 있다.
<저주 토끼>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외롭다. 세상은 대체로 사납고 낯설고 가끔 매혹적이거나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그럴 때조차 근본적으로 야만적인 곳이며, 등장인물들은 사랑하거나 기뻐하기보다는 주로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욕망하고 분투하고 배신하고 배신당하거나 살해하거나 살해당하는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세상과 교류한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