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우선이었던 사람이 바뀌는 일인데
엄마 앞 순서에 아빠도 아닌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되는 건 낯설고 미안한 일이다.
나만 그 변화에 미련을 두는 듯 다들 자연스럽게 역할 교체를 해나가는 게 신기했다.
심지어 내 부모님만이 아니라 양가 부모님이 생기고, 이제 내 보호자가 남편이 되고 나니 필요한 엄마와의 거리도 생겼는데 그건 더 미안하고 슬펐다.
여전히 엄마의 전부는 나니까, 나의 우선이 바뀌었음을 알고도 변함없이.
그게 자연스러운 섭리, 이치라고 얘기하지만
가족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평생 서로 짜증 한번 낸 적 없이 속을 다 꺼내놓는 유일한 사이였으니 나는 그 거리가 버거워 큰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조금 다행인 건 내가 빠진 우리 가족, 엄빠의 거리는 좀 더 가까워져 보인다.
3일 넘게 같이 나가 있으면 힘들다는 투정을 하지만 둘은 더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더 귀여운 커플이 된 거 같다.
비행기를 탔더니 내가 보고 싶다며 오늘 우리 엄마가 온다.
나도 우리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