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없는 육아와 그 틈의 아메리카노
나는 멀티가 엄청나게 안되는 편인데
육아를 하면서 멀티중독자가 되었다.
해야할 일이 쉬지않고 쌓여가도
아기는 24시간 나를 필요로 하고
나는 고작 아메리카노라도 한 줌씩 빨아 마시고 싶기에.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잠깐씩이라도 생기는 틈이 아까워서,
종이에 아기를 안고서 할 수 있는 것과
내려놓고서 혹은 잠들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눠썼다.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최대한 포개어 배분했다.
잠들지 않는 5kg 왕만두를 아기띠에 안고
이어폰으로 강의를 들으며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집어 먹으면서 빨래를 능숙하게 개킨다.
칭얼거리지 않고 혼자 잘 있는 (매우짧은시간)동안
오늘 사야할 것을 즐거움없이 재빨리 쇼핑하고,
젖병소독을 할 때는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을 해결하면서
배달시킨 아아로 힐링을 쑤셔 넣는다.
손이 부족하니 발가락으로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구나 싶은 건
육아러들 모두 공감하는 놀라움일걸.
신생아는 육퇴가 없다.
어느덧 사업계획서는 내일 마감.
올해의 명운이 걸린 대망의 새벽을 앞두고
아기띠를 더 짱짱하게 정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