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타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혜윤 Nov 17. 2017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단순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생애를 지배해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의 탐구, 그리고 인류가 겪는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이 마치 거센 바람처럼 제멋대로 나를 몰고 다니면서 번민의 깊은 바다를 이리저리 헤매게 했고 절망의 극한에까지 이르게 했다.

내가 사랑을 추구해온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황홀한 열락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몇 시간에 불과한 이 즐거움을 위해 내 남은 인생 전부를 희생하려 했던 적이 종종 있었을 만큼 사랑의 열락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사랑을 추구해온 두 번째 이유는 그것이 외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의 의식이 세상의 끝자락을 넘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차디찬 죽음의 심연을 들여다볼 때 느끼게 되는 그 외로움 말이다.
내가 사랑을 추구해온 마지막 이유는 누군가와 사랑으로 결합될 때, 이 세상의 성자와 시인들이 상상해온 천국의 예고편을 마치 신비로운 축소판처럼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다. 인간의 삶에 비해서는 과분할 정도로 좋아보일지도 모르는 이것을 나는 마침내 찾아냈다.

이와 동등한 열정으로 나는 지식을 추구해왔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별이 빛나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숫자라는 질서가 사물의 끊임없는변화를 지배하게 해주는 피타고라스적인 힘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왔다.
나는 이 분야에서 대단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성취를 이루었다.

사랑과 지식이 허용되는 한, 그것들은 나를 천상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연민은 언제나 나를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내 가슴속에 메아리치고 있다. 굶주리는 아이들, 압제자들에게 고문당하는 희생자들, 자식들에게 혐오스러운 짐이 되어버린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 그리고 고독과 빈곤과 고통으로 가득한 전 세계는 인간의 삶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이상을 비웃고 있다.
나는 이런 사회악의 폐해가 완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 또한 고통스럽다.

이것이 내 생애였다.
나는 이런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이런 삶을 다시 한 번 살 것이다.'

-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오늘도 한사람의 이름을 더 물어보지 못한 나를 꾸짖으면서

먼 동네 어린 수험생들의 일주일을 다행스러워 하면서


당신에게는 애정과 시간을 갈구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사랑이라 그저 내버려두지 말자고

뜨겁게 시작하는 연인의 대부분이라 쉽게 인정해버리지 말자고

나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는 당신만큼은 못하더라도

나도 당신의 여러 곳에 자리잡고 기댈 수 있게 단단해야지 다짐해

매거진의 이전글 전부 좋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