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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Mar 06. 2020

미국에서의 코로나 19

미국도 시작이다. 아니, 벌써 시작했겠지. 

  미국 시간으로 3월 4일 저녁,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휴스턴에도 드디어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Covid-19라 명명한다. ) 이미 미국 내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 환자는 발생했을 텐데 검사를 안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뉴스로 확인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 3월 5일, 두 명의 확진자가 더 나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더욱 가까운 곳이다. 한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그 환자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공개하면서 감염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미국은 시간대별 움직임이 개인 정보에 들어가기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는다. 두루뭉술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부이다. 심지어 양성인지 음성인지 확인을 위한 검사비도 몇 천불은 하고 치료비까지 생각하면... 거기까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 앞에 자비란 없다. 


  지난주 금요일엔 휴스턴 내 35년 된 수도관이 터지면서 물난리가 난 지역이 일부 있어서 허리케인 하비의 학습효과로 휴스턴 내 마트에는 물이 동이 났었다. 휴스턴 수돗물은 석회가 많아 식수로는 부적합한 터라 Costco에서 한 번에 한 달치 정도의 생수를 사서 먹고 있다. 마침, 지난 주말에 남편이 사러 갔다가 구입을 못했던 터라 오늘 낮에 내가 둘째를 데리고 다녀왔다. 비상용으로 아이들  해열제를 더 구매하가 위한 목적도 있었다. 보통 첫째를 프리 스쿨에 내려놓고 문을 여는 시간 즈음에 가면 주차할 자리도 넉넉하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들어서는 순간 차들이 여느 주말보다도 많았고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을 앞둔 듯 한 수준으로 붐비고 있었다. 거기에 다급함이 추가된 듯한 느낌으로다가. 


  일단 그 넓은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 세 바퀴를 돌다 힘들게 주차를 하고 난 후 들어가는데 이것은 흡사 전시 상황 같았다. 나오는 커다란 카트마다 거의 물들이 기본 2-3박스씩 담겨있다. 덤으로 휴지와 살균 세정 제품들까지. 미국 살이 10년 차인데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일단 필요한 것들을 담고 생수들이 쌓여 있는 곳으로 갔는데 매장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아 보였다. 우리가 보통 마시던 겔런(약 3.3리터)으로 포장된 커다란 생수가 없고 16온즈 (약 500ml) 생수들만 잔뜩 쌓여 있었다. 텍사스 로컬 브랜드와 Costco 자체 브랜드 두 종류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조금 센 텍사스 로컬 브랜드 생수만 있었다. 그것도 이미 많이 나간 상태였다. 







옆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 사람들) 곧 지게차로 Costco 생수가 왕창 들어오자 그 사람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열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카트에 2-3박스씩 담는 통에 금방 사라졌다. 보면서 괜히 내 마음도 조급해졌다. 나도 물을 좀 더 사가야 하는 건가... 화장지도 사야 할 것 같고... 비상식량도 필요한 것 같은데 싶었다. 그러나 남편 덕분에 필요한 물과 과일, 치즈만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갈 수 있었다. 계산대로 가는 중에 혹시나 하고 봤던 진열대에서 다시 한번 또 마음이 조급 해지는 경험을 했다. 





살균 기능이 있는 락스 제품들도 동이 났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뉴스를 보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이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바로 내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 되었다. 여전히 코로나 19에 대한 나의 경계심은 일반 독감 수준이지만 뭔지 모를 불안감이 존재하다. 



  이곳의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보면 화제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다. 손세정제를 사러 마트 10여 군데를 다 돌아다녔다는 후기도 올라오고 어디를 가면 손세정제가 있다더라 하는 후기도 올라온다. 이제 미국 내 마트에서 손세정제를 보기란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려 해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관련하여 수요가 많아 손세정제와 해열제의 구매 수에 제한을 두는 마트들도 생겼다. 그리고 이 와중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미국 내에서 손세정제 등을 대량 구매(일명 사재기) 후 한국에 몇 배 혹은 몇십 배의 이윤을 남기고 판매를 하다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에서 뭇매를 맞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혼란이 우리가 겪어 보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 때문일 것이다. 신종 플루도 처음에 발견되었을 때 지금의 코로나 19와 비슷한 반응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 신종 플루는 그냥 계절마다 돌아오는 계절 독감이 되었다. 겨울철 독감이나 감기에 대비해 면역력을 조금 더 신경 쓴다거나 위생에 조금 더 신경 쓰듯 우리 가족도 그렇게 이겨내려 한다. 다만, 정보공개가 대한민국처럼 투명하지 않은 이 곳이기에 봄방학에 계획했던 여행 계획은 취소했다. 사람 많은 곳을 다닐 테고 숙소에도 묵어야 하니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기엔 감당할 위험이 여행의 즐거움 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아서였다. 여름이 올 즈음엔 이 바이러스도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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