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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Mar 10. 2020

본격화된 미국의 코로나 19.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모범.

  지난 주말을 앞두고 3명의 확진자가 하룻밤 사이에 8명으로 늘자 넓은 텍사스-대한민국 면적의 6.5배에 달한다- 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확진자는 같은 생활 반경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처럼 동선을 시간 단위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막연하게 동네 어디선가 만날 수 있었겠다는 불안감만 커졌다.


  요 근래 저녁에 퇴근한 남편과 빠지지 않는 화제는 코로나 19 (COVID 19;CoronaVirus Disease 2019)였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법과 속도를 보면서 멀리 나와 살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자 이야기는 180도 달라졌다. 가족이라고는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둘이 전부라 누구 하나라도 아프면 집에서 자가 격리하면서 나머지 가족이 안 걸리는 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직장인 병원(미국 내 가장 큰 암센터)에서 4월까지의 모든 미팅이 취소되었다면서 조금 그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들 해열제를 사러 나선 내게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냐, 집에 먹다 남은 해열제면 충분하다며 나를 과민한 사람 취급했다.


  그러다 8명의 확진자가 나온 날,  휴스턴의 한 전문가가 허리케인이 온 것처럼 준비하라며 "Don't Panic, But Do Prepare."라는 기사를 보여주자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2주 치 식량 준비를 위한 검색도 하며 필요한 품목들을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텍사스에는 허리케인이 한 번 제대로 오면 집도 다 날려버릴 정도로 오기 때문에 텍사스 사람(Texan, 택산이라 부른다.)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Costco에 다녀온 남편 손에는 아이들 해열제 두 통과 함께 아이들용 맥 앤 치즈, 아침용 스낵, 냉장보관이 필요 없는 우유, 통조림 그리고 물 두 박스가 들려있었다. 그러면서 Costco도 물 구입을 1인당 2박스로 제한한다며 조금 놀란 눈치다. 오는 길에 들른 한국 마트에서는 라면과 김을 사 왔는데 라면 역시 1인당 2박스로 제한했단다. 부디 팬트리에 쌓아놓은 저 음식들을 먹을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이미 한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세정제 사러 나갔다가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후기가 즐비하다. 마스크야 원래 처음부터 구하기 힘들었다. 미국 정부는 정작 의료진이 쓸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품절인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생산량이 현격하게 적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눈여겨보지도 않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이 전에도 마트며 CVS나 Walgreen 같은 약국에서 마스크를 본 기억은 없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는 손세정제나 마스크 등과 같은 제품의 사재기와 비싼 가격으로 되팔기 등과 관련해 법적으로 처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늘 아이 프리스쿨에서 보낸 공문을 보면 아이가 아플 때는 무조건 병원으로 데려가고 의사 진료 후 다시 프리스쿨로 돌아가도 된다는 의사의 사인이 담긴 공식 서류를 같이 제출해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프리스쿨은 매일 소독하고 있으니 같이 힘써 보자는 것이다.


  미국 시간으로 3월 9일 오후, 4명이 더 늘어 텍사스에는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뉴욕과 시애틀 경우는 150명을 훌쩍 넘겼고 미국 전체로는 500명이 넘었지만 다들 이 숫자를 믿지 않는다. 검사를 하지 않아 확진자의 숫자가 적은 것뿐, 제대로 하면 이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다들 합리적 의심을 한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를 불신한다. 게다가,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보험이 있는 사람들이야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치료받으면 된다지만 불법 체류자나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무방비 상태일 것이다.


  남편 병원은 6월까지 미팅을 모두 취소할지 여부를 고려 중이라 했고 미국 내에서는 11월까지 이 사태가 진행이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국민의 3,40% 정도는 걸리고 끝날 거라는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도 있는데 그 시나리오가 전혀 허무맹랑하게 다가오지 않음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불안은 또 가중된다. 지난겨울, 독감에 생전 처음 걸리고 그 고통스러움에 울며 남편에게 병원에 입원하고 싶다고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 고통을 알기에 아이 둘이 독감과 비슷한 중상으로 힘들어 할 상상을 하니 끔찍하다. 부디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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