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로운 영혼 Mar 30. 2020

일상생활은 언제 가능할까?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자세.

  3일 전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7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1천 명을 막 넘었다고 글을 썼는데 오늘 확인해보니 확진자는 2배가 조금 넘는 14만 명을 이미 넘어섰고 사망자는 2500명에 이른다. 어마어마한 증가세다. 미국 대통령은 뉴욕을 비롯한 동부 몇 개 주를 중국 우한처럼 봉쇄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가 한 시간 만에 번복하는가 하면 4월 초즈음 Social Distancing (사회적 거리두기)을 그만 하고 미국 내 경제활동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했으나 4월 말로 그 시기를 늦추는 등 뭔가 성급한 발언들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4월 초 발언을 바탕으로 미국 내 대부분 학교들이 4월 초까지 일단 쉬는 걸로 결정되었었다. 그러나 그 후 동부의 많은 학교들은 4월 말 심지어는 5월 중순까지도 휴교를 하기로 결정했고 첫째 아이가 다니는 프리 스쿨은  4월 14일 문을 열기로 했는데 더 연장할지는 휴스턴 교육청의 4월 6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9월에 시작하는 새 학기에 학교에 다시 보낸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내 학교의 여름방학은 보통 5월 말이나 6월 초에 시작되니까 5월 중순까지 휴교를 한다 해도 1,2주 다니고 곧 방학이니 차라리 9월 개학까지 쭈욱 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점점 심상치 않은 미국의 상황에 홈스쿨링의 기간이 더욱 길어질 듯하여 어제는 아이들과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그릴 문구류를 사러 나갔다. 병원, 약국, 마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은 터라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차가 없고 한산했다. 보통의 주말이라면 의례 있을 교통체증은 고사하고 10차선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 수를 셀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차를 타고 평소 다니던 익숙한 길가엔 식당마다 포장은 가능하다는 광고판이 줄을 지어 세워져 있다. 평소 주말이면 주차하기 힘들던 그 넓디넓은 텍사스의 쇼핑센터 내 주차장은 거의 텅텅 비어있고 그나마 주차된 차들이 있는 곳은 마트였다. 마스크를 끼고 비장한 각오로 들어선 마트는 내가 뉴스에서 접하던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낀 사람은 나를 포함해 4-5명에 불과했고 (손님의 5%도 안 되는 수준) 심지어 계산원들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필요한 물건만 얼른 구입하고 나오면서 미국 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슬픈 확신이 들었다.



  텍사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서 꼭 필요한 업종 외에는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여행에 대한 제재가 조금 더 강화되었는데 지금까지는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그리고 뉴올리언스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에 대해 의무적으로 14일의 자가격리를 시행하도록 했다면 루이지애나, 마이애미, 애틀란타, 디트로이트, 시카고 그리고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까지 확대했다. 2주 전에는 앞으로 2주가 2차 감염의 분수령이 될 거라 했는데 오늘 발표에서는 다시 앞으로 2주 동안 엄청난 확진자의 증가가 있을 거라니 매일이 새로운 미국이다. 각 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라는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부 메릴랜드 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행정 명령을 두 번이나 어기고 6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벌인 남성이 결국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4월 15일, 대한민국에서는 21대 총선이 있다. 남편과 나는 올해 2월 초에 재외국민 선거 신청을 했다. 4월 1일 (수요일)부터 4월 6일 (월요일)까지 6일간 시행 예정이었던 재외 투표소 운영은  휴스턴의 해리스 카운티 지역의 STAY-AT_HOME 행정명령이 4월 3일 (금요일)까지 인 상황이라 4월 4일 (토요일)부터 4월 6일(월요일)까지로 절반이 줄어 3일 간만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어스틴의 경우는 행정명령 기간이 더욱 길어 재외투표소 운영이 취소되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재외 국민의 수가 전체 투표 신청한 재외국민의 절반에 달한다. 즉, 투표를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해리스 카운티의 행정명령이 더욱 길어지면 우리 부부도 투표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소중한 한 표 행사하고 싶다. 남편이랑 비례 투표에 대해서도 뜨거운 논쟁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단 말이다.








  오늘 아침엔 아이 둘을 태우고 남편이랑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타는 차다 보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불과 열흘 전에 매일 갔던 동네 놀이터 앞을 일부러 지나오는데 놀이터 이용을 못 하도록 그네며 농구장에 폴리스 라인이 선명하게 적힌 노란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를 겨우 타이르고 설득해 동네 한 바퀴만 돌고 들어오기를 며칠인데 선명하게 붙은 테이프를 직접 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떼쓰지 않겠단다. 동네 산책도 매일 가는 건 꺼려지기도 하거니와 오전 10시 전후 햇살이 뜨겁고 정말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고 최대한 집에 머물라는 행정명령에 집을 놀이터화 시키기로 했다. 오늘 당장 남편은 바닷가에 놀러 갈 때 설치하던 그늘막을 뒷마당에 설치했고 돗자리도 꺼내왔다. 뒷마당에 개미 약을 잔뜩 뿌리고 난 후 대형 물놀이 풀장도 설치했다. 휴스턴은 5월부터 무더위 시작이다. 이번 주만 해도 30도를 넘는 날이 3일이나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에너지 넘치는 54개월, 18개월 두 아이와 여름까지 집에서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든 걸 내려놓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전 11시, 이미 30도에 육박하는 날씨 덕분에  뒷마당에서 물놀이 삼매경 후의 사진






  사재기도 이제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매진으로 구입하기 힘든 품목들이 있고 대부분의 마트는 한 번에 정해진 인원만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 데다 특정 품목에 대해선 (대부분 생필품) 1인당 구매 수도 제한되어 있지만 2주 전의 불안감으로 인한 사재기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병원에서 턱없이 부족했던 마스크나 가운 같은 기본적인 의료장비가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다. 병상들도 조금씩 더 확보되길 바란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세계적 위상이 나날이 올라가는 대한민국을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하고 뉴스에서 대한민국이 언급될 때마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하고 괜히 어깨에 힘도 들어간다. 그러나 내가 발 붙이고 사는 곳은 미국이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들의 대처방식에 불안감이 몰려온다. 구할 수도 없는 마스크 때문에 며칠 전 밤엔 아이들 모두 재워 놓고 남편 출퇴근용 면 마스크를 만드는데 왠지 서글픔이 밀려왔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남편 같은 직원들에게 조차 마스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가 다음 주에 그나마 소량 지급된다는 말을 들으니 갈 곳을 잃고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디 더 많은 희생자 없이 이 팬데믹이 끝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