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으로부터.
이십 대 중반을 갓 넘겼을 때 소설가 김금희의 작품 『경애의 마음』을 접했다. 독후감 대회 주최기관의 선택 도서 중 한 권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연애소설이면서 그 이상이라고 했다. 선택 도서 중 가장 만만해 보여서 김금희를 읽기 시작했다. 그 길로 문학 독자계에 발을 담갔다. 그의 소설은 거친 질감과 묵직한 무게로 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재독을 거듭하며 '경애의 마음'을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았다. 만만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경험이었다. 김금희 소설에는 반가운 클리셰가 있다.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꼼꼼히 기록한 마음들, 강인하고 대담한 여성 캐릭터 등이 그것이다. 앞 문장을 부연하기 위해 '그러니까, '와 같은 접속부사를 사용하는 것 역시 그만의 개성이다. 글을 쓸 때 '그러니까'를 활용할 때마다 김금희가 된 것 같아 들뜬 마음이 든다. 연애 소설이 본진이지만 달달한 연인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지독하게 현실적이거나 이루어질 듯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연인 관계가 대다수다. 그런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결말이지만 예상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절대 예측 불허하다. 그런 서사의 흐름이 김금희 소설에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