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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Nov 12. 2023

목성에서 온 남자들


뚜렷하던 쌍꺼풀이 지구의 중력에 맞서다 패배를 선언하면서 점차 내려앉았다. 낮이면 활짝 모습을 드러냈다 저녁이면 꽃잎을 닫아버리는 수련처럼 쌍꺼풀이 눈두덩 안으로 숨어버렸다. 100세를 산다고 가정하면 나 아직 닫을 시간 아닌데...

테이프로 쌍꺼풀을 크게 다시 만들었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와서 나도 시도해 보았다. 꼬리빗 손잡이 끝부분으로 쌍꺼풀을 덧그려서 크게 만들었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달려가 남편에게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 왜?"
"내 눈 어떠냐고."  
"왜 갑자기 공포영화를 만들고 그래. 하지 마."

에잇, 오답을 말하는 남편을 매섭게 째려보고는 쌩하니 돌아섰다. TV 보다가 얼떨결에 눈총을 받은 남편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들에게 물었다.
"응. 아니야."
칼 같은 답에 대꾸도 못하고 돌아 나왔다.
"딸, 엄마 이상해?"
"원래 처음엔 다 그래. 익숙해지면 괜찮아."
에휴, 눈치를 밥 말아 먹은 목성인들 같으니라고.



#화성보다먼목성에서온우리집남자들 #금성에서온내가참자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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