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허파에 바람이 든 걸까,
영혼이 허기진 걸까.
혼자 떠나고 싶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혼자이길 두려워하는 나는
오늘도 누군가와 함께이다.
벌써 따가운 햇볕이
올여름 각오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초록으로 눈을 돌리니
바람이 "걱정 마, 내가 있잖아" 하며
보시시 쓰다듬어 준다.
길가에 양귀비는
요요한 자태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허기를 달랜 후 도착한 뮤직 스페이스.
잔잔히 때로는 격렬히 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 삼아
내 영혼에 책을 셀프 주유한다.
채웠으니 비우는 게 순리.
영혼이 달려간 길이
내 노트에 흔적을 남긴다.
#라라크루 #여름의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