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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Dec 16. 2023

'나'로 살아가는


그때 나는 이제 다 끝났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 사람이 없는 인생은 결코 원하지 않아.’ 그때 내가 한 생각이다. 이건 내가 그려왔던 인생이 아니었다. 체격이 아주 작고,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며, 자전거 경주에서 나를 이기고, 툭하면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러나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출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저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직장 다니고 아이들 키우고 비록 나란 존재는 희미해졌어도 사는 데 큰 문제 없으면 그걸로 된 거지. 이 나이에 새로운 뭔가를 배운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렇게 나 자신을 위안했다. 


아니었다. 마음에 스미는 공허를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껏 책임과 의무에 쫓기듯 살아온 인생이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미래를 꾸미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건 뭘까.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내 마음 밑바닥에 소리 없이 몸을 수그리고 있던 존재가 꿈틀거렸다. 나는 조용히 말을 걸어 보았다. 존재는 불안해했지만,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래, 우리 용기를 내보자. 


그렇게 나는 내 안에 숨어 있던 글쓰기를 향한 열망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는 것이 없어 순수했고 용감했던 존재는 그렇게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만났다. 공허한 마음에 설렘이 찾아들었다.  


지금은 글쓰기의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만, 내가 '나'로 살아 있다는, '나'로 살아간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 이게 내가 원하는 인생이야. 



#라라크루 #글쓰길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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