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온더문 Dec 18. 2021

문고리 하나, 악수 한번

문고리 하나 악수 한번

“The door handle is the handshake of the building.”Juhani Pallasmaa

유하니스팔라마스의 건축과 감각에서 ‘문고리 하나 악수 한번’이라는 문구를 보았고, 이 내용을 접하며

언컨택트의 시대에 컨택트의 의미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촉감의 경험은 시각적 대상에서 친근함의 대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친근함이란 결국 개인 고유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건축물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갈 때 가장 처음 피부와 맞닿는 요소는 손잡이이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나는 이 건물이 어떤 공간을 지향하는지 느낄 수 있다. 손잡이를 통해 느껴지는 무게, 촉감, 온도 등은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손잡이와 내 손이 맞닿는 순간 나는 이 공간이 얼마나 환대적인지, 방어적인지, 얼마큼 축적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기술적인지 느낄 수 있다. 

우선 이 건물의 손잡이와 한 번의 악수를 통해 이 공간은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니다. 촉각의 기억은 참여 과정이 동반되어 있고, 굉장히 사적이다. 

건축은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개념적인 반면, 가장 물리적이다. 건축은 사실 보이드 공간이고 우리가 건축을 접촉하는 순간은  바닥, 난간, 전등 스위치, 문 손잡이와 같이 굉장히 일부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지점들이 결론적으로 그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거나, 그 시대 생활상이 깃들어 있다. 


학창 시절을 보내고 귀국하여 나는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고 굉장히 unpleasant 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된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뒤에 사람이 오면 문 손잡이를 잡아주는 것이 기본적인데, 한국에 오니 내가 문을 열면 그 사이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쏙 들어가는 아저씨들, 뒤에 사람이 오는데도 문을 확 놓아버려서 내 얼굴로 문이 닫히는 경험들이 일상적이었다. 당시는 화가 났는데 그도 그럴것이 급 성장기를 지나며 그 시대 바쁜 사람들은 자기 말고 주변을 배려할 수 없었던 시대적 흐름이 아직까지 자연스럽게 반영된 모습이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손잡이는 여러 사람이 잡는 감염을 높이는 물체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손잡이에는 anti virus보호 필름이 부착되었고, 점차 센서형 자동문으로 변경이 되어갔다. 손잡이의 심미성을 온전히 볼 수 없었다. 

손잡이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더 이상 우리와 손잡이의 사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 물론 가상의 매개체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지만, 존재하던 것의 의미와 모습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리테일에서 테라피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