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뚫고 도착한 약수역 10번 출구. 나오자마자 눈 앞에 피그먼츠가 보였다. SNS에서 유명한 카페 같은 느낌이 살짝 걱정 됐던 건, 이제까지의 맛집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다. 진열대 위에 빵도 여러 개 있고, 매장 한쪽에서는 빵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기에 맛집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막상 모양만 예쁘고 맛은 실망스러웠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웬걸 피그먼츠는 그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부서 주는 내공 있는 크루아상 맛집이었다!
가장 먼저 크루아상을 골랐고 피그먼츠의 시그니처 빵오 쇼콜라도 담았다. 크루아상의 겉모습은 일반 크루아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으로 갈라봤을 때 보이는 촉촉한 결로 보아 버터 크루아상 같았다. 그런데 반전은 크루아상의 식감에 있었다. 얇은 감자칩처럼 바삭바삭한 느낌을 제대로 살린 겉면이 아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속은 단짠의 버터 풍미가 좋았고, 촉촉하게 버터를 머금어 살짝 덜 익힌 보드라운 파이 속을 먹는 느낌이었다. 이제까지 크루아상은 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베이커리들에서는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편견 또한 깨 주는 부분이었다. 겉도 속만큼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니!
보통의 크루아상에서 겉면이 얇고 파삭한 애피타이저고, 속이 풍미가 좋은 메인 디쉬였다면. 피그먼츠의 크루아상은 겉과 속 모두 메인 요리인 매력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생각 나는 맛이다. 참, 바삭한 식감은 겉면의 면적이 넓은 빵오쇼콜라에서 더 많이 느껴지니 함께 먹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