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 봄이 오는가 싶어

봄 25.03.12

by 김창훈

'Fallin' - 윤현상'

'Thank you - JUNNY'


망원동에 봄이 오는가 싶어 며칠 전부터 두리번거리다가

아직 안 오는가 싶어 한강으로 나섰다.

일부러 돌아가는 길에 잔가지가 많아진 벚꽃나무를 올려다봤다.

가지마다 꽃이 될 몽우리가 매달렸지만 아직 멀었다.

이전 봄을 기준으로는 2주 조금 더 있어야 한다.

기록해 두기로 희우정로 벚꽃이 나무 여기저기 피어 제법 볼만한 시기는 2023년엔 3월 24일부터였다.

이후 1일에 정점이었으며 4일에 작별했다.

2024년엔 3월 31일부터였고 6일에 정점이었으며 10일에 작별했다.

가지 끝의 몽우리가 한껏 부풀어 붉은빛이 돌면 잎이 피지 않고도 벚꽃이 아른거린다.

그럼 며칠 뒤 개화다.


한강변에 이르러서야 흙으로 된 땅을 밟았다.

서울 도심에선 흙이 드물다.

부푼 흙은 풀어져서 부드럽고 이른 아침의 습기를 머금어 흩날리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겨울엔 땅이 단단하여 발이 미끌렸다.

눈을 들면 여전히 겨울의 풍경이지만 봄이 언제 오는가 궁금하여 나섰기에 찾으려 애쓴다.

여기저기 흩어져 핀 빛바랜 잡초 사이로 초록의 잎을 발견했다.

뿌리에 가까운 쪽이 그러했고 하나를 발견하자 잡초마다 초록의 잎을 본다.

걷는 동안 길가의 키 낮은 가로수 줄기가 푸른 것을 본다.

이 이름 모를 식물이 매해 가장 빠르게 생명력을 드러낸다.

오늘의 봄은 이 정도 인가 하며 한강을 빠져나오다가 노란 꽃잎을 발견했다.

산수유다.

둥근 몽우리를 이제 막 탈피한 산수유 꽃잎은 작고 둥글게 웅크린 채 모여있다.

집으로 오는 길엔 유독 산수유 나무가 여럿 보였다.

오래된 아파트 옆 커다란 목련나무에는 흰 잎이 붓촉처럼 솜털의 껍질틈에서 삐져나왔다.

활짝 필 목련 꽃잎이 크니 목련의 몽우리도 크다.

솜털의 몽우리는 긴 겨울을 보냈다.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오니 비로소 봄이 왔다.


절기의 봄은 오래전부터 멀리서 왔다.

입춘은 2월 3일이었고, 봄비가 내리고 싹이 트는 우수는 3월 18일,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은 얼마 전 3월 5일이었다.

겨울에 봄이 온다.

쉬이 보내지 못한 나의 겨울은 지난주 눈 내린 강원도 대관령에 다녀오고 나서야 마쳤다.


내 경우엔,

세상은 인지로 구성되는데 계절은 명확한 경계 없이 스미는 탓에 찾아 나서야 제때를 누릴 수 있다.

계절이 완연해지면 인지의 영역은 애당초 지나친 것이다.

어쩌면 그땐 다음 계절의 문턱을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어려서는 명절과 개학과 소풍, 방학, 시험기간 등 계절에 맞춰 구성된 일련의 행사들 덕분에 기민하게 인지하고 풍성하게 받아들였다.

어린 눈으로 본 세상에 낯설고 흥미로운 것이 널려있었고, 구태어 힘을 내지 않고 마음에 샘솟는 것들이 있어서 휩쓸리면 모조리 계절의 추억이었다.

그때를 자양분으로 큰 지금의 내가 마땅한 경계가 없는 현재의 계절을 더듬는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향을 맡고 음식을 맛보고 옷의 재질을 만지는 것처럼

모든 것을 활짝 열어서.


추천곡은 윤현상과 JUNNY의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