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5.03.13-25.03.14
'모란이 피고 지는 내 마음을 어쩌겠어요 - 혜원'
하루의 간격을 시간이 아닌 시각으로 헤아릴 수 있는 건 이맘때가 유일하다.
잡초는 사방에서 푸른 잎을 내고 목련과 개나리에는 몽우리를 탈피한 꽃잎이 더욱 많아졌다.
이젠 못 보고 지나치기 쉽지 않다.
봄의 초입에는 매일 24시간만큼의 변화가 선명하다.
겨울을 통과한 세상은 온통 공백이어서 있는 것의 변화와 새로운 것의 등장 모두 쉽게 눈에 띈다.
한강 다리 위에서 강변을 내려보다가 눈을 감았다.
가볍게 입고 나온 차림에도 열이 오르는 듯해 플리스 지퍼를 열었다.
강변에 늘어선 나무 상단에 연둣빛이 아롱거린다.
안개인가 착시인가 희뿌옇게 시야가 흐린게라 생각하며 다리를 내려와 강변을 걸었지만 연둣빛이 한번 연상된 뒤론 연신 그렇다.
걷는 동안 나무에 잎은 발견하지 못했다.
해마다 겪은 일이기에 나무 어딘가 매우 작은 잎 한둘이 나왔겠거니 한다.
아주 작고 여린 잎이 가지에 한둘씩만 있어도 멀리선 이미 한그루 나무의 풍부한 생명이다.
밖을 걸어야 한다.
의식적으로 봐야 한다.
시작의 변화는 아주 작고 적어서 자세히 봐야 보인다.
빠른 이동으론 그런 시선을 갖기 역부족이다.
돌틈에 누군가의 화단에 아파트 담벼락과 도로의 가로수에 사람들이 조성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태어나는 것들을 살핀다.
8년 전 망원동에 정착한 이후론 많은 게 느려졌다.
보는 게 많아졌고 보려고 하는 것도 많아지면서 자연히 그렇게 됐다.
동네의 목련 나무 중엔 강변북로 쪽으로 빙 둘러 나가는 도로변의 것이 가장 예쁘다.
키 큰 나무의 상단에 피어난 꽃잎을 보기 위해선 고개를 들어야 한다.
결국 하늘을 보게 된다.
날씨가 좋을 때 푸른 하늘에 핀 흰 목련이 예쁘다.
산책을 다녀온 뒤에 글을 쓰는 동안 혜원의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