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25.03.16
'우리 우리의 사랑 - 양주은'
'우우우 나의 사랑 - 음성녹음'
굵은 나무 기둥에 붙은 몽우리를 가까이서 촬영하는 동안 무엇이 있냐며 아주머니 한분이 다가오셨다.
"꽃이 피었나 해서요."
관찰한 바에 의하면 첫 잎은 기둥에 핀다.
영양분을 빠르고 충분하게 공급받는 탓일까.
매해 봄을 찾아 나설 때면 희우정로 길을 걷는다.
여정의 첫 발을 디딜 때쯤엔 산수유와 목련이 시작됐고 이팝나무가 개화할 때 봄의 한 복판에 있었다.
때에 따라선 이팝나무가 여름의 시작이기도 했다.
산수유와 이팝 그 사이에 벚꽃이 십여 일 피었다 진다.
한 동네에도 위치마다 일조량과 기온이 다르고 식물의 성장 역시 다르니 나의 작은 의지가 전체를 탐하고 헤아릴 순 없어서 나의 봄은 희우정로 벚꽃 길을 중심으로 돈다.
망원동으로 이사 오고 첫 봄엔 벚꽃 잎이 있는지를 살피며 걸었고 꽃이 핀 것을 발견하면 기뻐했다.
다음 해엔 꽃이 피기 전에 잔가지들이 한없이 많아지는 것을 알았다.
또 한 해가 지날 땐 가지가 한없이 무성해질 때 꽃 몽우리가 부풀어 가지 끝에서 붉은 것을 알았다.
그즈음 길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는 이미 한 무리로 붉어 아름다웠다.
밤이면 꽃이 핀 것과 피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힘들 때쯤에 기둥에 핀 분홍 벚꽃 잎을 발견했다.
뉴스에서 개화 소식이 들릴 때 망원동의 꽃은 아직이었으나 기둥 어딘가에 하나의 꽃잎을 발견하고 나면 이후로 연달아 꽃이 피었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 몽우리를 살피며 언제쯤 필지를 짐작해 본 적도 많다.
헤아릴 수 없는 일기를 기상청에게 맡기고 몇 해를 보내니 개화 시기를 맞추는 것보다 꽃잎이 피기까지 살피는 과정이 즐거웠다.
자연히 매화와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 이팝이 앞뒤로 피고 지는 것을 알았다.
합정역 사거리에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갑자기 활짝 피는 꽃은 매화다.
3월 16일, 적절한 시기에 비가 왔고 오후는 맑다.
매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기억하기에 춘분 근처엔 비가 오고 추위가 있었다.
이때의 강수량과 추위의 분포가 개화에 주는 영향이 컸다.
추천곡은 양주은, 음성녹음의 사랑.
3월 10일, 가지 사이사이에 나온 겨우 작은 벚꽃 몽우리는 단단한 껍질을 두르고 있다. 개화는 멀다.
3월 13일, 몽우리가 형태를 갖춘다.
3월 14일, 몽우리 안에 꽃잎을 생각한다.
3월 15일, 나무 기둥에서도 잔가지와 몽우리를 쉽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