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해서 그렇다

봄, 3월

by 김창훈

'TOXIC - MEOVV'

'꽃말 - 신인류'


떨어진 벚꽃잎들을 한 움큼 쥐어서 허공에 뿌려본 사람들은 알 테다.

부드러운 감촉과 작고 가벼운 존재를.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나풀거리는 무해한 것들.

땅에 떨어지고도 한참토록,

이리저리 구르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오랜 시간이 지나 발과 바퀴에 짓물러질 때쯤에는 사라지고 없는.


지금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여전히 많은 공백 속 앙상한 가지를 찾고

꽃이 필 때까지 인내하는 몽우리를 묵묵히 바라보지만

어느 날 아침 한 잎의 꽃을 발견하면

나무는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수없이 많은 꽃잎을 피우고

다섯 밤이 채 되기 전에 무수히 많은 팝콘으로 하늘을 가린다.

아주 작고 예쁘고 하늘거리는,

희거나 연분홍의 잎들이 하늘 볼 틈을 안 주고 어디에서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벚꽃이란 게 그렇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 시작된 봄은

제발 느리게 지나가고 오래 겪었으면 하다가도

벚꽃 피는 날의 낭만을 결국 놓지 못하고 기대를 품게 되면서 빨라진다.

온전히 봄에 빠지기 위해 나서던 느린 걸음도 이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미하다.

어느새 나는 벚꽃 필 무렵을 즐기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약속을 잡고 휴무를 조정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럼 결국 언제 피어도 상관없던 느린 봄이

내가 기대한 날 피길 바라는 조바심이 된다.

이상하게 벚꽃 필 무렵엔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다가오는 대로 이 시기를 즐길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고 이따금 오시나 마중하다가도

내가 준비한 날에 다가오길 바라는 것으로 변한다.

정신 차려보면 늘 그렇다.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


내 겨울의 끝에서 산책을 하며 봄에 다가서면

느린 걸음에 매일 식물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허다한 식물 중에서도 내가 아는 이름의 식물을 주로 보고 머리나 마음이나 일기장에 기록하는데

몇 해를 돌이켜보면 봄날의 살핌은 벚꽃 나무를 주축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내가 앞서 예측하고 준비한 날과 달라질 것도 누군가의 예보를 보고 듣지 않고 안다.

날씨를 응원하는 중이다.

가족과 함께 벚꽃 여행을 앞두고 있다.


늘어선 길 위에도 이쪽과 저쪽의 개화가 다르고 같은 동네에도 벚꽃이 다르게 피지만

한 지점을 고정으로 관측을 잘하면 대체로 관심을 둔 지역들의 상황도 유추할 수 있다.

망원동의 벚꽃 몽우리는 18일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3일 늦다.

조금만 더 온화한 날을 늘어트려 꽃을 피우자 바라다가

날씨가 온화하지 못하니 나라도 그러자 싶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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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좌 24년 3월 18일, 우 25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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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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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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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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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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