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봄, - 3월 25일

by 김창훈

'Spring Waltz - Carla Bruni'

'라일락 꽃 : 첫 사랑, 젊은 날의 추억 - 밍기뉴'


내 관점에서 여행은 불편한 것이다.

여행을 앞두고 기대와 설렘과 낭만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도 예상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여행 일자가 다가올수록,

곱씹어 생각할수록 집보다 나은 곳은 없다.

멀다면 멀리까지 가는 것이 벌써 피곤하고

가까운 곳을 간다면 가까운데 하루 자고 와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날씨는 불확실하고 덥거나 춥다면 이미 불만족스럽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요리해 먹으면 그만인 식사도 유별난 지출을 하며 식당에 가야 하고

잠자리 역시 불편하거나 집에서 만큼 곤히 쉴 수 없다는 걸 안다.

혼자라면 감내하고 납득할만한 모든 것들이 동행이 있는 여행에선 당신의 만족을 살피며 무너진다.

그냥 가지 말까 라는 말이 턱끝에 맴돌지만 상대가 덥석 그 말을 받아버릴까 봐 뱉을 수 없다.


통화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자고.

시간은 언제나처럼 전진하는데 우리는 언젠가를 기약하며 여행 하나 가지 못한 채 머물렀다고.

조금 더 온화한 날 가면 좋겠지만 말 나왔을 때 가자고.

다음에, 언젠가는, 시간이 되면이란 말로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몸이 힘들겠지만 멀리 가자고.

애매한 거리면 집에 가고 싶을 거라고.

그럼 결국 근교의 반나절 나들이를 넘어설 수 없을 거라고.

하루 자고 올 수밖에 없는 그 정도로 멀리 가자고.

티브이도 컴퓨터도 없는 곳에선 우리가 온전히 함께 하는 것만 남을 거라고.

그렇게 하자고.

벚꽃 피는 시기를 예상했지만 설령 빗나가더라도 아쉬운 데로 시간을 보내자고.

비가 오더라도 개의치 말자고.

많은 불편함에도 그게 추억이 될 거라고.

함께 떠나서 함께 돌아올 때까지 모든 시간이.


전화하기 전까지 확신이 없었지만 막상 목소리를 들으니 이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며칠 전 그렇게 통화를 끊고서

이 시간이 더 좋길 바라며 기상청의 예보를 살피고 개화 소식을 기다리고 숙소와 동선을 살핀다.

주말을 전후로 따스한 기온에 봄 꽃은 종에 따라 피고 필 준비를 마쳤다.

떠남으로 시작되는 여행에도 관성이 있어서 멈춘 것을 시작할 때 큰 힘이 들고 연속되면 적은 힘으로도 이어간다.

무엇이든 시작은 그러한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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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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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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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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