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줌 불어도 거대한 생명력이 요동하는 시기

여름, 5월 말

by 김창훈

'그 해, 여름밤 - 스무살'

'잠깐 나와볼래 - 스무살'

'처음 그 자리에 - 범진'


오랜만에 선유도 공원을 찾았다.

공원은 여전히 푸르다.

입구 쪽 담장엔 장미가 피었다.

몇 주 전부터 여느 집 담벼락마다 장미가 피어 5월의 꽃에 자신도 있음을 알렸다.

그래, 장미 너도 있다.

이르게 5월 초에 핀 것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작은 몽우리인 장미도 있다.

이웃집 담벼락에 핀 장미는 꽃잎이 선명하게 붉고 잎은 채도가 낮은 초록으로 상상 속 그것이다.

선유도 공원 담장의 장미는 희다.

공원 안쪽 벤치 쪽에는 분홍 장미가 벽을 타고 피었다.

화려한 색과 모양, 가시가 있는 줄기.

자기주장이 강한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 5월이 되면 장미가 핀다는 것을 염두하고 산다.

절로 시선이 간다. 무시할 수 없다.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나는 새들은 아침에 유독 지저귐이 선명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동틀 무렵인 것을 언젠가부터 눈이 아니라 귀로 안다.

창밖에 새소리가 들리면 그때다.

미루나무가 있는 잔디밭에 참새들이 고개를 박고 걷다가 뛰다가 지저귀다가 한다.

주먹만 한 참새들이 저마다 지저귀는 소리는 거슬림이 없다.

강아지로 치면 포메라니안의 겁 없는 짖음 같달까.

사진을 찍어볼까 해서 걸음을 멈추니 모두 푸드덕 날아가고 둔한 한 마리만 뒤늦게 날준비를 하다 걸렸다.


한동안 오래 달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한강변을 따라 동쪽으로만 달렸다.

신호로 인해 발이 멈추는 경로를 피하고 운동장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며 바퀴 수를 헤아리는 것도 피하고 나니 오래 달린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수월했다.

일단 앞으로만 최대한 달리고 올 때는 걷던지 교통수단을 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만족할 만큼 갔다.

선유도 공원에 오랜만에 온 이유다.

입구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공원으로 걸어 들어가면 싱그러움이 눈에 걸치기 전에 귀에 먼저 걸친다.

피아노 소리.

부드럽고 나지막한 선율을 들으며 딛는 걸음은 절로 싱그럽다.

처음 공원에 왔을 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인줄 알았으나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연주에서 특정 구간을 반복하는 연습에서 망설이는 손가락에서 누군가의 연주임을 깨달았다.

중앙 건물 입구에 비치된 피아노 앞에 작은 체구의 어머님이 선캡을 눌러쓰고 자주색 바람막이를 걸친 채로 건반을 누른다.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도.

소리는 매우 싱그럽다. 어머님은 피아노 연습 중.

앞으로도 아침 공원의 피아노는 연습하는 이들의 것이 좋겠다.

크지 않은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소리가 들리는 영역에 서서 풍경을 둘러보는 게 즐거웠다.

오랜만에 선유도 공원을 찾은 이유다.


초여름의 세상은 어디나 푸르다.

바람 한 줌 불어도 거대한 생명력이 요동하는 시기.

높은 곳에서 나무가 우거진 곳을 내려다보면 저마다 몸을 흔드는 것에서 무섭도록 느낀다.

내 마음의 요동도.

구름이 많고 날은 수시로 흐리고 맑으며 비가 오고 시야가 맑은 날이 많다.

아침저녁에 서늘하다가 낮에는 덥지만 해가 없는 그늘은 한기가 맴돈다.

숲은 서늘하고 습기를 머금었다.

나무들은 저마다 초록이 다르다.

선유도 공원의 나무들, 미루나무와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아와 버들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낙우송, 이팝 등도 그렇다.

종마다 시기마다 음지와 양지마다 저마다의 조건으로 다채로운 색은 멀리서 군집으로 바라보면 단박에 인지한다. 경이.


+ 망원동 아이파크가 있는 쪽 한강공원 입구에 심긴 장미는 크다. 적당해야 지나치는데 너무 커서 한 번씩 멍하니 본다.


스무살의 두 곡과 가수 범진의 리메이크 곡. 처음 그 자리에 - 원곡(이보람, 드라마 풀하우스 OST).


너무


둔한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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