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여름의 문턱
'사랑으로 - wave to earth'
5월을 여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여태 없었으나 지난 글에 5월 5일 입하를 언급하면서 지금을 여름이라 여기고 있다.
반팔과 반바지를 꺼내두고 여름엔 어떻게 옷을 입을지 생각해 본다.
두껍다 싶은 옷은 모두 넣었다.
그러고선 막상 외출을 준비할 때면 아직 반팔을 입기엔 애매한걸 한다.
어쩔 수 없다. 이미 마음은 여름의 문턱을 밟았다.
봄이 봄 같지 않고 겨울이 겨울 같지 않다 느낄 때에도 24개의 절기는 절묘하다.
춥거나 덥다며 가을과 봄은 없어지는 거냐는 말보다 절기에 따라 계절을 즐기는 게 정신에 이로울지도 모른다.
아카시아 꽃이 향기를 흘리고 녹음은 한층 더 짙어졌다.
한강변의 노랗던 죽단화는 어느새 시들었고 등갈퀴나물이라는 보라색 꽃이 곳곳에 피어 예쁘다.
등갈퀴나물, 라벤더인가 싶어서 쪼그려 앉았다가 라벤더가 여기 피었겠나 싶어서 한참 검색한 끝에 알았다.
보이지 않지만 날고 있을 수많은 송홧가루는 수시로 내리는 비에 양껏 날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민들레의 하얀 솜털 역시 그렇다.
소나무마다 치솟은 뿔(꽃)은 매끈하게 씻겼다.
작은 바람이라도 불면 세상을 뒤덮을 것처럼 불길하던 행태는 온 데 간 데 없다.
여느 때면 흰 꽃잎이 뒤덮었을 이팝나무의 과함은 비에 덜어지며 싱그럽고, 여태 잎이 피지 않아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던 참느릅나무는 어느새 풍성하다.
또 한 번 오래 달리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속도나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지난번 달리기에서 발과 발목에 힘을 풀어버린 후로 달리기가 수월하다.
어떻게 그 오랜 기간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달리는 중과 달린 뒤에 남들보다 배는 더 힘들었으리라.
같이 달리던 중에도 나만 치열했겠구나.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힘이 필요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땅을 힘차게 박차야 했고 그런 도약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이젠 발에 힘을 빼고 내달려도 디디고 나아가는데 필요한 만큼은 신체가 지탱한다.
여기가 시작점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몸에 누적된 대미지가 찾아온다.
그렇게 약한 부분이 드러나면 여기를 보완해야겠구나 한다.
필요한 근력을 단련하고 미세하게 자세를 조정한다.
때에 따라선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 힘을 준다.
5월의 청량한 날씨.
꽤 오래 달리기를 하고 지쳤음에도 좀 더 밖에 머물고 싶은 생각에 한강변을 걸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빠르게 땀을 건조하고 그늘은 꽤 서늘하다.
그리고 저만치 보이는 스타벅스 쪽으로 몸을 돌린다.
종종 가는 망원 한강공원의 스타벅스 안쪽에는 베이커리가 있다.
처음 이곳에 카페가 생겼을 때는 한강이 보이는 창가 쪽을 바라다보며 그 시간을 즐기는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동네 빵집 중 하나로 여기며 빵이 필요할 때 간다.
진열대 위를 아무리 살펴도 찾는 것이 없어서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판매가 중단됐다고 한다.
뱅 오 쇼콜라.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던 빵이다.
각종 기념일에 기프티콘을 선물 받으면 대부분 이것에 사용해 왔다.
좋아하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 상실감.
크루아상과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창가보다 창가가 보이는 자리가 좋다.
창에 붙어 앉으면 밖의 풍경만 보이지만 어느 정도 떨어지면 카페내부의 풍경과 창밖을 함께 볼 수 있다.
잔잔한 재즈와 다양한 소리가 섞인 백색소음과 저마다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고 노트북을 만지며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추천곡은 wave to earth의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