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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그 사건이 나의 사건이 된다면...

끔찍한 사건이 내 일이 될 때의 공감으로 이끄는 영화

by 무적스팸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건을 바라볼 때와 '나'에게 일어난 사건을 바라볼 때의 시각은 다르다.


누가 아프다고 하면, 아픈가 보다 안타깝다고 생각되지만, 당장 내가 아프면, 안타까울 정신도 없이 어떻게 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만사를 제쳐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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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사건이 내일이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게 한 영화가 바로 '변호인(2013)'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돈을 벌기에 급급했던 한 변호사. 그래도, 돈을 버는 데 굉장히 감각적인 능력을 지닌 이 변호사는 정규코스를 밟으며 고시에 합격한 게 아니라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가다 일 등을 하다가 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된 사람이다.


먹고 살기 어려웠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만 신경을 썼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누가 뭐래도 돈 버는 것에만 주력하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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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그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가장 좋아하는 국밥집 아줌마의 아들이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접하게 되면서 돈만 알던 그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지 않았던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과 말도 안 되는 죄를 가지고 젊은 이들이 고문당하고 잡혀가는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이 영화는 유신정권 시기를 다룬 것으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문에 대한 부분은 지금 보고 있어도 참 말도 안되고 참 참혹하다. 그러나 그 사건들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존재했던 일들이란 것이 더욱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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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는 이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자신의 가족이 잡혀간 마음으로 변호를 시작하는 변호인.


남의 일을 보듯 어떤 사건을 볼 때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볼 때는 전혀 다른 감정이 이입된다. 사회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일이 아닌 경우에는 왜 자꾸 그런 사건 이야기만 하냐고 할 수도 있고, 그만 얘기했으면 좋겠다라고 핀잔을 던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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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사건이,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겪은 사건이라면, 그것은 잊혀지면 안되고 그냥 넘어가서도 안되는 일들이 되는 것이다. 끔찍한 사건들이 많았던 과거의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 ‘왜 그러냐’고 핀잔을 줄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주변의 많은 사건에 관심 없던 나에게도 영화 '변호인'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살고 있는 나의 삶에 핀잔을 주는 것 같았다. 꼭 보아야 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그리고 그것도 정확히 보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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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래야 가족뿐 아니라 이웃, 그리고 이 사회가 같이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현재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혹은 사회가 바로 나아갈 수 있게 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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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영화는 누군가를 미화 시켰다는 많은 논란이 있어서 사실 안봤던 영화였는데, 늦게 영화를 보니, 특정인의 이야기로 귀결되기 보다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부당한 대우가 있다면 함께 도와서 벗어났으면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보는 영화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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