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길 단상
얼마 전 읽은 책에 보니 90년대 일본에서는 회사원을 샐러리맨이라는 신조어로 불러가며 수트를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선망했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죠.
출세와 도시의 화려한 삶을 대변했던 회사원들은 시대가 변해 요즘은 가축을 빗댄 '사축'이라고 한다네요. 그 말이 와닿으면서도 되새길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걸 감출 수가 없습니다.
특히 1,2호선을 타고 아침에 출근을 하면 이 말이 계속 생각납니다. 2호선은 열차 간격이 짧은 편이어서 그나마 좀 낫습니다. 문제는 인천에서 출발해 용산까지 가는 용산급행 1호선 열차입니다. 거의 두 정거장에 한번 서는 꼴이라서 완행 열차와 비교했을 때 5~7분 정도 시간을 줄일 수 있죠. 1분 1초가 다급한 출퇴근 시간에는 꼭 필요한 운송수단이기도 하고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보니 출퇴근시간 급행 열차는 언제나 만원입니다. 더 이상 자리가 없을 거 같은데 타고 또 탑니다. 사람 파도에 밀려 떠밀려 갑니다.
처음 보는 생면부지 사람과 얼굴과 몸을 밀착해서 가는 난감한 상황이 자주 나타납니다. 때때로 압사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의지와는 다르게 허리나 척추가 눌려진 채 갈 때도 많습니다. 유럽사람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유럽으로 데려가 노예로 부리기 위해 사람을 배에 관짝을 눕히듯이 태웠는데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급행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정말 급해서 타는 사람도 있고 꼭 출퇴근 시간에 늦지 않았어도 완행타는 게 지루해서이거나 집에 빨리가고 싶어서 타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개를 들어 급행 열차에 탄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지금 상황이 달갑진 않지만 불편한 걸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마치 오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잠깐의 희생으로 더 빨리 편안함을 누리는 거죠.
어제도 신도림에서 동인천행 급행 열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탔고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릴까말까 망설이다 구로역과 개봉역을 지나치고 역곡역에서 내렸습니다. 하원도우미와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하겠지만 급행 열차에 내려 텅텅 빈 완행 열차를 타니 살 것 같습니다.
출퇴근시간이 빡빡한 워킹맘이지만 이제는 조금 느려도 사람답게 타고 갈 수 있는 완행을 자주 이용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완행을 타고 책을 좀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