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2 겨울편을 기다리며
사랑받는 스타의 자질은 뭘까요?
독보적인 미모? 파도 파도 끊이지 않는 미담 자판기?
연예인은 누구보다 인생의 등락이 가파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지만, 그 사랑과 관심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팬들의 사랑이란 갈대같아서 좋아할 땐 모든 걸 줄 것처럼 하다가 작은 실수에 마음이 돌아서기도 하고,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많은 사랑을 받는 스타라도 현재의 삶을 불안해 하며 미래를 늘 준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하고, 관심 속에 피곤한 삶을 살아야 하는 연예인은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됐던, 전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연예인은 많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늘 새로운 걸 요구받는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지난 해 효리네 민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이효리 씨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타 중 이효리 씨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감각으로 대중과 호흡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국민 00 칭호가 붙는 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그들과 이효리 씨가 다른 점은 다른 사람들은 한 가지 컨셉(캐릭터)로 꾸준한 사랑을 이어가지만 이효리 씨는 매번 시대가 원하는 스타의 모습을 제시한다고나 할까요.
잘 알려졌다시피 이효리 씨는 미모 절정의 핑클이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 1세대로 데뷔했다가 솔로 가수로 데뷔하면서는 청순과 귀여움이라는 '여자친구' 컨셉을 과감하게 버리고
'유혹하는 낯선 여자'로 나타나 단숨에 톱 가수에 오르며 가요계 판도를 섹시 컨셉으로 바꾸는데선구자의 역할을 했죠.
사실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의 여자 연예인이 갑자기 가슴이 훅 파진 섹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던가 빨강 립스틱을 바르면 대부분 반응이 좋지 못하죠. 아역 배우들이 아역의 이미지를 탈피해 성인 연기자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그런데 생머리와 눈웃음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이효리 씨는 대중의 기대를 배반하고 짧은 치마와 화려한 색조 화장, 가슴을 강조한 튜브탑을 입고 나타났지만 오히려 대중은 열광했습니다.
이효리씨가 아이돌 스타에서 섹시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놀라운 시대 감각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핑클 이후에 수많은 여자 아이돌 그룹이 생겨났고,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비슷비슷한 컨셉으로 활동해 결과적으로 대중들은 이제 소녀소녀한 컨셉에는 질리게 된거죠.
'이제 좀 새로운 게 나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대중의 구미를 정확하게 캐치한 게 이효리였습니다. 그녀의 섹시 컨셉이 히트를 친 후 이후 많은 가수들이 경쟁자를 자처하며 나타났죠.
하지만 또 섹시 컨셉이 범람하자 대중의 피로도는 높아졌습니다. 그녀 인생의 고단함도 커졌겠죠. 어떤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할까, 아니 결혼이 아닌 어떤 파격적인 삶을 살까 궁금하게 만들던 이효리 씨는 기타리스트로 대중에게는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상순 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에 삶의 보금자리를 꾸립니다.
스스로 방송에 나와서 얘기했듯이 스몰 웨딩은 아니었지만, 틀에 박힌 뻔한 공장식 웨딩이 아닌 집에서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결혼식을 치뤘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죠.
어쨌든 결혼식으로 새로운 삶의 모습을 제시했던 그녀가 한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효리네 민박으로 집안 살림을 전부 공개하는 파격을 감행합니다. 사실 이효리같은 스타에게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에게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고 며칠씩 머무르게 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봐요.
방송을 준비하면서 다른 민박집을 빌려서 할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할지 아직 결정은 안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어디서 하게 될까 궁금하면서 설마 집을 오픈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집을 오픈하고 모든 공간을 사람들에게 허용했죠.
생각해보면 이효리 씨와 이상순 씨가 다른 민박집을 빌려서 손님들을 맞았다면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의 방향을 온전하게 전달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봅니다. 그만큼 진정성도 떨어지고 감흥도 덜했겠죠.
대문에서 차를 타고 집앞까지 들어가는 모습이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정원 생활이 낯설었습니다. 충분히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고도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녀의 삶의 모습에 위화감보다는 힐링을 느꼈습니다. 넓은 마당과 근사한 복층 주택이었지만 사실 내부는 생각보다 소박했죠. 눈에 띄게 고급스러운 가구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될 것 같은 대궐같은 거실은 없었고 두 사람에게 딱 필요한 공간만큼 설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넓고 화려하게 짓고 내부를 삐까뻔쩍한 것들로 얼마든지 채울 수 있었겠지만요.
특히 내부 공간이 공개되고 그들의 사는 모습이 전파를 탔을 때 제가 놀랐던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일상 곳곳에 있는 친환경 라이프 요소인데요. 집안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건이나 일회용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두개 정도 있을 수도 있지만 '친환경 센서'가 있는 제 눈으로 봤을 땐 정말 하나도 눈에 띄지 않더군요.
그 대신 이가 나간 접시나 튼튼한 텀블러와 보온병, 태양광 발전기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환경이라는 게 사실 뚜렷한 주관이 있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주변에 비친환경적인 요소가 너무 많고 그렇게 사는 게 훨씬 쉽거든요. 친환경적으로 살고자 한다면 텀블러나 시장바구니를 챙기는 건 기본이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물건들을 찾아서 써야 하죠.
일상도 단조로웠습니다.
새벽에 요가를 다녀오고 낮잠을 자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기타를 치고 시장을 보고 저녁을 집에서 해먹는 모습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세단을 타고 명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아니라요.
어쩌면 우리는 그녀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원하는 삶이 바로 저런거야'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은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걱정없이 살고 싶다. 더 예뻐지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싶다. 로또가 돼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휴양지에 가서 편안하게 놀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그녀의 단조롭고 소박한 일상에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여유였어'라고 알아차린 건 아닐까요.
다시 시작하는 효리네 민박 2. 겨울 버전.
정말 기다려지네요. 2월 4일 첫방송이라고 합니다.
효리네 민박이 있어 일요일을 더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