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커피 강국, 태국

태국의 여행하는 법 1

by 티타임

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 대국입니다. 동남아로 여행을 계획할 때 이 나라는 이게 걱정이고, 저 나라는 저게 조금 걸리고 할 때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를 내주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태국이라는 나라는 많이 들어봤지만, 태국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물이나 특징, 이미지는 별로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랜드마크가 없는 겁니다. 프랑스하면 에펠탑이 떠오르는 것처럼, 혹은 어디나 하나쯤은 있는 높은 빌딩 같은 거 말이죠. 아니면 앙코르와트 같은 유적이나 하다못해 쌀국수 같은 거라도.

그래서 제 주변에 태국을 여행지 중에 최고로 뽑으며 매년 가고, 갈때마다 너무 좋다고 하는 지인들이 있어도 시큰둥했던 거 같습니다. 뭐 물론 랜드마크 하나 보러 여행을 가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 가면 뭘 볼 수 있고, 뭘 할 수 있는지 감이 전혀 안잡혔어요. 사실 저한테는 오히려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가 훨씬 매력적인 여행지 후보로 손꼽혔습니다.

어쨌든 친구들의 영향이었는지 이번에는 태국으로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태국 관광청에서 받은 관광 책자를 뒤져봐도 뭔가 꼭 가보고 싶다, 꼭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별 거 없는데 뭐가 그렇게 좋다고 하는지. 그리고 랜드마크 하나 없는 데 어떤 매력이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지 그들의 관광 산업을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치앙마이에서 5일, 방콕에서 4일 지내는 일정이었고 치앙마이부터 먼저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고 불리는 곳으로 란나 왕조의 수도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앙마이에 수도를 세웠던 왕조는 란나 왕조로 12~13세기에 번성했던 왕조이지만 여전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원 등과 같은 역사적인 장소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란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식당이나 길에서 란나라고 씌여있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치앙마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여전히 란나에서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지금 통치를 하고 있는 왕조와는 다른 왕조로 예전에 번성했던 곳이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왕조의 역사가 녹아있는 도시가 아니기에 차별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회 정치적인 문제까지는 모르겠지만 치앙마이를 둘러봤을 때 낙후됐다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후에 방콕을 가고 나니 치앙마이가 정말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콕은 여느 도시의 수도처럼 복잡하고 화려하고 그리고 그만큼 빈부격차도 심하고 어쨌든 문제와 매력이 마구 뒤섞인 여느 수도와 같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치앙마이는 너무 잘 가꿔진 도시였습니다. 집과 가게는 저마다 특색이 가득했고, 주변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으며, 수많은 나무들이 도시 곳곳을 채워주며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치앙마이는 크게 올드타운과 요즘 뜨고 있는 신도심인 님만해민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올드타운에는 서양인들이 많았고, 님만해민에는 아시안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조금 더 태국 정취를 잘 느끼기 위해 올드타운 안에 있는 숙소를 잡았습니다. 첫날은 그래도 관광을 조금 했습니다. 주변의 유명한 사원들 위주로 돌아봤는데, 으리으리 삐까뻔쩍한 사원에 눈이 휘둥그레졌죠.


우리나라는 불교라고 하면 어쩐지 소박하고 무소유해야 할 거 같고 미니멀하고 그런 느낌인데, 여기는 사원 외부는 최대의 화려함과 강인함을 표현하며 힘을 자랑하고, 내부는 외국의 성당처럼 천장이 높고 샹들리에가 달려있어 단지 기도를 하는 대상만 다르고 공간이 성당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중교통은 썽태우와 툭툭, 그리고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같은 그랩 택시 등이 있습니다. 썽태우는 미니 버스같은 건데 사실 거의 택시처럼 이용합니다. 모양이 필리핀에서 미군이 버리고 간 지프차를 개조한 지프니와 비슷해서 컨디션도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컨디션은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오래된 차도 있었지만 지프니와 비교하기는 힘들죠. 지프니는 굴러가는 게 용한 녀석입니다.

어쨌든 관광책자에 나온대로 따라가자면 치앙마이에는 몇몇 사원 이외에는 볼거라고는 별로 없습니다. 그것도 다 인접해 있어 하루이틀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랬던지 치앙마이의 특유의 안정된 분위기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지루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영감을 받고 그러고 싶은데 그런 요소가 없이 너무 잔잔했다랄까요.


사실 체력이 안돼서 많이 둘러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저에게 올드타운이 좀 잔잔한 느낌이었습니다. 반면에 님만해민은 아주 재미있는 곳이더군요. 사실 별 기대 안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님만해민을 둘러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 가로수길과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곳인데 정말 세련되고 깔끔한 카페와 식당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공사중으로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카페나 식당 수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앞으로 카페를 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인테리어나 구성 등을 보기 위해서 꼭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참조할 만한 세련된 인테리어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리스트레토8 라는 곳을 갔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메뉴판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메뉴 구성, 특이한 찻잔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녹여넣어서 커피에 스토리를 입힌 곳이었습니다. 호주 사람이 시작한 곳으로 카페를 통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커피 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메뉴판 마지막 장에는 태국의 로컬 커피를 느끼기 위해서 둘러볼 수 있는 카페 몇군데를 추천해 놓았습니다. 태국의 커피 산업이 근 몇년간 엄청나게 발전했다며 발전한 태국 커피(카페) 문화를 느껴보라는 추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스트레토8도 재미있지만 추천한 다른 카페들이 로컬 커피라는 점이 쏙 들어오더군요. 마음은 추천한 모든 카페를 가보고 싶었는데, 여건 상 한군데 다녀왔는데 이번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한 곳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때 이후로 태국 커피에 관심을 갖고 보니, 태국은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유통하며 브랜드화한 커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생산하는 도이창 커피입니다. 이를테면 케냐, 콜럼비아, 브라질처럼 나라나 지역의 이름이 하나의 이름, 혹은 브랜드화된 커피가 있는 겁니다. 물론 아직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또 그렇다고 안 유명한 것도 아닌 그런 커피 같았습니다. 어떤 경연대회에서 도이창 커피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하더라고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페셜티라고는 보기 어려운, 2등급 커피로 취급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태국 커피는 정말 태국과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풍미가 강하고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만 태국 커피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풍미가 강하고 맛이 진한 커피는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에서는 별로 어울릴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차를 마실 때도 겨울에 맛있는 차가 있고, 여름에 맛있는 차가 있잖아요. 겨울에는 좀 찐득해도 달달한, 유자차나 코코아같은 게 생각나지만 여름에는 맑은 녹차나 가벼운 허브티 같은 게 입에 달게 느껴지죠.

도이창 커피 맛을 보니 첫맛은 강렬한 데 끝맛은 깔끔한 편입니다. 바깥에 스콜이 쏟아질 때 카페에 앉아서 마시기에 적당한, 꽤나 로컬스러운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무난하기도 한데 그래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태국 원두의 맛을 떠나서 저한테는 자체 생산하는 커피 원두가 있고 브랜드화했다는 게 놀라웠고, 좀 셈이 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기후상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커피 자체 생산은 조금씩 하고 있다고는 해도 대량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죠. 또한 카페가 너무 많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그 질적 차이는 크지 않고, 수준도 높다고 할 수 없는 우후죽순 카페들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니 자체 생산한 원두를 바탕으로 커피와 카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태국의 카페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다시 한번 태국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이번에는 커피, 카페 투어를 해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치앙마이 북쪽의 치앙라이에서 커피 투어를 할 수 있는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리스트레토 8에서 추천한 로컬 카페는 Asama cafe, Akha ama coffee, Pacamara coffee Roasters, Graph cafe, cottentree coffee, maled coffee roasters, khagee, ominia cafe, nine-one coffee, bart coffee 등 입니다. 모두 구글 지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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