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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Nov 11. 2019

'춤과사람들' 인터뷰를 했다.

월간 <춤과사람들> 2019년 11월호.

오랜만에 제안 메일이 들어왔다. 월간 '춤과사람들'에서 나에게 인터뷰 제안을 주셨다. '춤과사람들'은 국내 무용예술 매거진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전문지이다. 나도 어릴 적 외국의 'Dance Magazin'과 국내 '춤과사람들'을 구독해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좀 의아했다. 내 기억에 '춤과사람들'은 공연 소식과 무용수, 무용계에 유명한 사람들(공연 감독 등)의 소식을 주로 담는다. 그런데, 무용을 관두고 무용계에서 활동도 하지 않는 나를 왜? 나는 지금 무용수로 활동하지 않으며, 무용과 관련된 직무는 하고 있지 않다고 내가 인터뷰 대상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뜻밖의 회신이 돌아왔다.

'춤과사람'이라는 코너는 무용을 전공했거나 현재는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분, 혹은 무용 인접분야에서 활동중인 사람들을 찾아 해당직무와 춤과의 연관성, 춤인접분야에서의 활동경로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다루는 코너입니다.

무용을 전공하게 된 과정 그 후 '스타트업 지원사업, 공유오피스 관련 업무와 현재 하시는 직무인 기업 라이프매니저로 일하게 된 삶의 과정을 말씀해주신다면 굉장히 유익한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

아, 무용을 전공했지만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주목을 하고 있구나. 그 안에서 무용과의 연관성을 찾는구나! 그렇다면 제대로 찾아주셨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고, 몇 가지 질문지에 주저리주저리 떠오르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막상 이야기하고 보니까 주제에서 벗어나게 과거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왕창 늘어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주제에 집중에 최대한 연관된 것들을 이야기했고 멋지게 편집되어 다음과 같이 완성되었다.


어디를 가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세요.


유목민에서 나온 신조어 노마드(Nomad). 핸드폰/태블릿/PC 등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 또는 행위를 하는 프리랜서를 말한다. 최근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점차 노마드 워커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발레를 전공했지만 움직임, 공간, 글쓰기, 커뮤니티, 네트워킹, 여행에 관심을 두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현 슬로워크 라이프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고혜영(필명 혜룡)을 본지의 춤과 사람 코너의 인물로 선정했다.


제가 5살이 되던 해에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머니께서 체형교정과 성장에 좋을 것이라며 저를 발레학원에 보낸 거죠. 발레, 피아노, 미술, 논술 등 다양한 학원을 다니다가 결국 하나만 집중해서 배워야 했는데요. 제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좋아했던 것이 발레였습니다. 발레를 하면서 무언가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았고, 내성적이었던 저의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면서 발레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 후 무용수나 예술 교육자 혹은 안무가보다는 무용을 활용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다. 졸업을 앞둔 시기에 '청년 창업'붐이 일었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관련 기관들의 채용공고를 보고, 무용과를 졸업한 고혜영이 지원할 수 있는 부서는 전무했다. 고혜영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노마드의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제주의 창업지원센터에서 학력(대졸 이상, 전공 학과를 보지 않음)과 경력 무관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역할은 '코워킹스페이스'라는 스타트업들의 교류공간을 담당하는 일이었죠. 그 직무를 맡으면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그들과의 교류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겠다는 판단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저의 첫 사회생활이었어요.


한참 국내에 스타트업 붐과 'WeWork'같은 공유오피스가 화제가 된 시기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국내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 직종이 최초에 가깝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었다.


교류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전문성보다는 커뮤니티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있었어요. 그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이 많고 어떤 성향인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에 적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무용을 전공해서인지 사람에 대한 부분과 공간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빨랐어요. 그래서 공간 구성과 운영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코워킹스페이스'라는 것의 개념이나 사례가 전부 해외사례뿐이라 그것을 공부하거나 커뮤니티 매니저로 계신 분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는 등 많은 노력도 필요했다. 제주에서 2년을 일한 후 현재는 '슬로워크'라는 회사에서 라이프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라이프매니저는 구성원의 라이프를 케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어요. 구성원이 회사에 입사하고 지내고 퇴사를 하는 모든 과정에 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면 게임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을 함께하는 'NPC'와 같은 역할이에요.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평가도 진행하고 다양한 것을 합니다. 너무 일만 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예요. 슬로워크는 원격으로도 일을 하기 때문에 원격근무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되었고, 구성원이 일하는 사무환경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구성원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활동 중 하나로 발레 용어나 동작을 가르쳐주는 활동을 시작했는데, 모집부터 반응이 좋았다. 구성원의 건강을 챙기면서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라이프매니저로서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고혜영이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요가, 스트레칭, 필라테스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가 무용교육 자격이 있으므로 관련해서 전문적으로 봐드릴 수도 있고요. 구성원이 다치지 않고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위해 적절히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등을 가르쳐주며 몸 솔루션을 하고 있습니다.


고혜영은 여행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의 춤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책을 끼고 살 정도로 좋아하고, 매일 일기를 쓴다. 대입 전 선생님들은 국문과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교내 글쓰기 대회(운문, 산문 포함)에서 빼어났었다. 제주에 내려가 있는 동안 두 권의 책을 썼다. '제주워킹홀리데이'는 제주에 취업해서 지내는 동안 커뮤니티 매니저로 사람들과 교류하며 지냈던 이야기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엮은 '노마드워커이야기'등 두 권이다. 이런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지 오랫동안 발레를 배운 경험은 큰 영향을 미쳤다.


춤은 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춤은 언어가 되어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요, 제 기분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 힘들 때 춤으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춤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춤은 별게 아니에요. 완벽한 동작이 아니라 그저 내 기분 상태를 몸으로 움직이면 그것이 춤이 될 수 있어요.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무용과 예술이라는 기본 베이스를 깔았고, 그 위에 계속 새로운 것들을 쌓아 올리는 중입니다. 아직 해보지 못한가 다한 일들이 많아요. 작가다, 무용가다, 개발자다 등으로 정확히 직업이나 하는 일을 나누는 세상은 이미 오래전 일 같아요. 지금은 다양한 것들을 복합적으로 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나가야 해요. 저는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보고 싶고요, 그러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보고 싶습니다. 춤도 추고, 글도 쓰고, 방송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요. 계속 경험할 거예요. 새장을 나온 새처럼, 우물을 나온 개구리처럼. 그렇게 세상을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춤과사람들'은 웹페이지가 존재하지 않아서 실물 잡지로 받아볼 수 있었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 귀퉁이에 조그맣게 나올 줄 알았는데, 한 페이지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뿐 아니라 무용을 전공해서 다른 영역에서의 확장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찬찬히 읽으면서, 무용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싶었다. 고집스러움이 없어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세상이 변했다고 해야 할까? 뭔가, 경계를 허물고 다른 것의 넘나듦을 인정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무리에서 벗어난 별종이 아니라 무리 그 이상을 바라보는 개척자가 된 기분이었다.


최근에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계속해서 전과 다른 새로운 영역의 일을 하면서 힘들진 않냐고, 커리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다. 음, 내가 하는 일은 분명 새로운 일이긴 하지만 전에 아주 없던 일은 아니다. 그저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며 나눠졌던 역할이 나에게 맞는 것들로 쏙쏙 모아져 새로운 이름으로 만들어졌을 뿐. 또, 전과 전혀 다른 일은 아니고 이전에 하던 일에서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사람과 함께하고, 그것을 여러 수단으로 소통하고, 상대는 바뀌었지만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인터뷰는 하길 잘한 것 같다. 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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