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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Aug 07. 2016

제주에서 숲을 찾다

절물 자연휴양림

평일에는 서울과 같은 제주 도심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내가 서울인지 제주인지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만 붙들고 건물 안에서 일만 한다. 퇴근 후에도 시청 한 복판에서 익숙한 체인점 술집을 가거나 카페를 간다. 차를타고 10분만 이동해도 비행기가 뜨고 파도가치는 해안도로를 갈 수 있지만, 차가 없는 나에게 그런 이동은 힘들다. 제주 시내에서 출 퇴근 시간에 택시를 잡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어야 비로소 어딘가를 갈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르면 시외버스를 타고 세화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실컷 바다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멍때리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주에 내려온 지 어느덧 7개월 째..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제주시 해변은 언제나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음식도 2인이상 주문할 수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며 시외버스 시간을 따지는 일이 너무도 힘들다. 하루에 한 곳 이상 이동하기란 나에겐 어려웠고, 이제는 바다가 아니라 산속으로 혹은 작은 마을들을 구경하고 싶은데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제주의 무더운 날씨는 돌아다닐 마음을 지워버린다. 혼자 보내는 생활이 지루할 즈음 나는 주말마다 모임을 찾아 다닌다. 그렇게 어떤 모임을 통해 이동했던 곳은 '절물 자연휴양림'.


항상 가보고 싶었다. 힐링하는 곳 '절물'에.. 혼자 버스로 다녀오기는 너무도 힘든그 곳을 모임에서 다녀올 수 있었다. 가보니 시원한 나무숲에 공기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것처럼 오름을 오르내리는 등산객 차림의 그룹들도 만날 수 있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도 있었다. 혼자 이 곳을 누비다보면 점점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가족들이랑 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서울에 있었다면 한강공원이나 북한산이나 계곡들을 찾아 피크닉을 즐겼을텐데...


절물 자연휴양림 숲길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평상
#혜룡_발스타그램

자동차가 있었다면, 가끔 아주 가끔 이른 아침에 혼자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생각보다 넓어서 편안한 신발을 신고 걸어다녀야 할 것 같다. 이른 새벽에 이곳을 방문하고 싶다.

깊이 깊이 들어가면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우거진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조명이 커졌다 꺼졌다 하는 신비로움을 볼 수 있다. 한동안 평상에 앉아서 생각을 할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벌레가 참 많다. 산모기가 많아서 벌에 쏘이는 것 처럼 따끔함에 놀란다. 가렵거나 하지 않지만, 엄청 아프다. 다음에는 모기장이라도 가져가야 하나 생각이 든다. 제주에서 벌레퇴치 스프레이는 필수가 되어버렸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원터치 모기장을 챙겨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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