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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Mar 24. 2017

동아리도 스타트업이다.

여행동아리 '여행향기'

#여행향기 는?

오늘은 저를 새장 밖으로 꺼내 준, 여행동아리 '여행향기'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여행향기'는 전국연합 대학생 여행동아리로, 대학(원)생 들만 가입할 수 있는 여행동아리 입니다. 나이, 학번, 성별에 대한 차별도 없고, 멤버의 모집은 학기별로 이루어 집니다. 그것을 한 기수라고 표현합니다. 기수별로 진행되는 큰 행사는 국내여행과 해외여행 입니다. 그 외에 신환회, MT, 운동회가 있고 매달 1번씩 총회가 열립니다. 부수적으로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번개모임과 각종 꺼리(놀꺼리 먹꺼리 등)가 열리고, 초반에 먹고 놀면서 친분을 쌓아 후에는 신나고 재미있게 여행을 다니는 동아리 이지요.


본 동아리의 큰 장점은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서울대, 숙명대, 국민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고려대.....등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수 많은 학교들과 연합으로 이루어져서 본 동아리를 통해 많은 대학교의 다양한 전공 친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금세 친해질 수 있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죠. 이러한 기술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입니다. 


지금 저는 직장인 이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으나 꾸준히 그들과 연락을 하면서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동아리 운영 상황을 듣기도 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하지요. 동아리 활동을 할 때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동아리 운영이 작은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스타트업인 셈이죠.


#운영 과정

동아리의 설립 과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초기에 국민대의 리드하에(국민대에 동아리방 확보) 탄탄한 운영진과 체계적인 업무 분담, 그리고 엄청난 추진력으로 동아리가 매우 활성화 되었습니다. 동아리방이 국민대에만 존재했기 때문에(국민대 오빠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국민대 멤버들은 동아리방에 모여서 더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대학 멤버들도 방문을 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동아리의 운영진은 회장단(전국회장/전국부회장/연합회장/대학회장), 총무, 홍보팀(포스터 등의 디자인 담당), 문화팀(여행 및 프로그램 컨텐츠 담당), 기획팀(여행의 모든 기획을 담당)으로 구성되어 멤버의 관리부터 여행 및 활동에 대한 모든 것들이 열정페이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은 회비를 내지 않음, 그러나 그 만큼 봉사정신으로 일이 많음)


동아리에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있다보니 그 전공에 맞춰서 운영진이 되기도 하고, 개인의 관심사나 재량에 따라 운영진을 하다보니 그 퀄리티는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또한 학교의 수업 보다도 운영진 활동을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했었거든요. 언제나 시선을 사로잡는 고 퀄리티의 포스터 디자인은 홍보팀으로부터 나옵니다. 홍보팀에는 디자인과(혹은 미대) 친구들이 주로 들어가서 활동을 합니다. 동아리에는 아주 엄격한 회칙이 있는데, 이 조항은 법대생 친구들이 만든 것이죠. 회비(기수별로 1만원~2만원) 및 공금을 받아 여행경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 운영비의 사용을 관리하는 총무팀은 엄청 꼼꼼하고 야무진 친구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기획팀은 가장 인기있고 힘든 팀인데, 여행사 없이 단체 여행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의 경험이 많은 친구가 팀장을 하고 여행 경력자와 무경험자를 절반 정도의 비율로 섞어서 뽑습니다. 저도 무경험자로 기획팀에 들어가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고, 지금은 혼자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활용하고 있지요.


그렇게 동아리 탄생 5년 부터 절정을 찍었습니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잘 자리잡고 소문이 나서 동아리는 엄청 커졌습니다. 그래서 신규회원 가입신청서도 그 수가 엄청나서 꼼꼼하게 보고 가려서 뽑았고(유령회원 방지), 국내여행은 수강신청보다 치열하게 접수 되었습니다.(선착순 모집 운영) 나가는 꺼리들 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전화번호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멤버들로 가득 찼습니다. 거의 매일 매일 각종 모임이 열리고 주말마다 각양각색 활동들이 진행되서 지루할 틈이 없었죠.


#초심이 사라지면 위기가 찾아온다.

그런데, 초기 멤버(혹은 운영진)들이 졸업을 하고 사회를 나가면서부터 동아리는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기수의 전국회장들은 따로 모여서 현재 운영하는 전국회장과 꾸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동아리에 문제가 생기면 노련함으로 대처에 힘써주고, 동아리 원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절해 주었죠. 마치 이사회 임원들? 느낌이 들었습니다. 헌데, 그 뒤로 5년이 더 지난 10년이 되면서 위기가 찾아옵니다. 


동아리는 온통 신규회원으로 가득하고, 기존 회원들은 과거 동아리의 운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운영진들도 한 번 활동한 회원들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습니다. 동아리가 어떤 곳이었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하는지 전달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나 이번에 하고 나갈껀데 그 다음은 알 게 뭐야.' 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동아리는 점점 관리가 되지 않아 회원들 간의 싸움, 성희롱 문제 들이 빈번했고 여행이 아닌 미팅을 위한 성향을 보이기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이성을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 들어온 멤버들도 있고, 술자리에서 운영진에게 자신의 테이블 멤버(여자들 혹은 남자들)를 바꾸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더 심한 것은 운영진 일부가 공금을 횡령해서 사용한 일 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동아리는 '망했다'라는 말도 들리고, 기존부터 잘 활동하던 멤버들은 하나 둘 씩 동아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좋지 않은 소문들이 많이 들려서 개인적으로 저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마치 내가 유학을 떠난 동안, 나의 조국이 망한 기분이랄까? 


#폭격 후 새로운 시작

하지만, 동아리는 다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것 입니다. 꾸준히 초기 설립에 대한 내용은 누군가를 통해 끊임 없이 전달되고, 그것을 아는 기존 활동 멤버들은 동아리로 복귀했습니다. 한동안 군대에 있다가 돌아온 멤버들, 유학을 갔다가 복학해 돌아온 멤버들 등 말이죠. 이들은 과거의 동아리 모습을 알고, 그것을 유지하려 애쓸 것 입니다. 이 모습을 보니, 지금의 정권이랑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완전히 망가져서 그 다음을 이어 받은 사람들도 난감하지만, 우리는 더 나은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운영진들 그리고 기존 멤버들은 그들만의 솔루션으로 과거의 동아리 모습을 찾아 나아가겠죠.


#동아리에서의 역량 = 사업의 역량 

이미 저는 그들의 활동에 관여할 수 없는 에프터 멤버 입니다. 직접적인 관여는 아니지만, 현 멤버들과의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현재 동아리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아리의 초심을 잃지 않도록 조언하는 방법으로 관여를 하고 있는 셈이죠. 저는 초기 멤버는 아니지만, 동아리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끔은 잔소리도 합니다. 철없던 우리가 부모님들께 수 없이 들었던 잔소리처럼, 그들이 나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흘릴 지언정 어른들은 너희를 버리지 않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너희가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메세지를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아리를 통해, 스타트업의 탄생과 운영 그리고 성장에 대해 본 기분이네요. 이러한 시각으로 된 것은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환경이 온통 스타트업과 관련되어서 일까요? 과연 나는 사업을 하면 잘 운영할 수 있을까요? 혹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일까요? '여행향기'의 앞으로가 궁금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여행과 관련한 새로운 커뮤니티를 운영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기존의 것을 다시 살려서 잘 운영하자 VS  이미 죽었으니 새로 만들어서 운영하자'


지금 '여행향기'는 전자입니다. 전자를 선택한 그들이 어떻게 성장할 지 너무 궁금합니다. 계속 응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에 가까운 '여행을 좋아하는 멤버를 모아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자'를 해보고 싶습니다.  대학생+직장인(non대학생) 멤버들 모두 포함한 커뮤니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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