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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룡 Apr 10. 2017

인도에서 만난 '진짜 삶'

내가 만난 인도 이야기 Ep.1

#나의 하루는 가짜다.

분명히 매일매일이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날씨도, 온도도, 옷도, 만나는 사람도, 기분도 다른 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같은 공간에 있지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컴퓨터 화면이다.

말로 하는 대화보다 손가락으로 하는 대화가 더 많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음에도 우리는 채팅창을 열어서 손가락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바로 앞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우리는 SNS를 열어서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작은 화면 속에서 해시태그로 멋진 풍경을 찾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는다. 가는 동안에도 이정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지도를 본다.


상대의 이야기나 감정 따위는 관심 없다. 긴 글이나 동영상에도 관심 없다.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점의 프로세스로 처리되면 그 이후의 이야기는 시간낭비가 되버린다. 컴퓨터 같은 인간세계. 


'나는 지금 살아 있는가?'


#인도에서 찾은 진짜 '삶'

자꾸만 인도에서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때 쓴 일기를 읽으며 그 당시 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떠올려본다. 관광에서 생존을 위한 여행이었고, 생존에서 살아간다 라는 여행이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 을 느끼게 했던 여행.

그 후로 떠난 다른 여행도 많았지만, 인도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왜일까? 나는 인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처음부터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사진과 일기를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억해본다. 

인도에서 우리일행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야만 했었고, 조급함 따위는 통하지 않았기에 슬로우 라이프를 즐겨야 했다. 모든 음식을 다 맛있게 먹었고,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을 느꼈으며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도 않고 필요도 없어진 전자제품(노트북이나 핸드폰) 따위는 가방 깊숙한 곳으로 넣어두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가장 큰 교감이 있었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배웠다. 사람냄새 가득 풍기는 인도는 '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를 느끼게 한 곳이다. 



#마을을 내려다 '봄'

마을을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장 높은 곳'에 가는 일이었다. 

마을마다 'Fort(성)' 혹은 케이블카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가장 높은 언덕을 찾아갔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분명히 같은 인도지만 방문하는 마을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내가 방문한 마을들은 북인도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분명 마을마다 나에게 주는 느낌이 달랐다. 마을을 하나씩 하나씩 만날 때마다 내 스스로가 조금식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세상을 많이 알아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문화를 접할수록 나는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세상 전부가 아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나의 전부도 아니다. 


'마을을 보면서 나를 보게된다.'


#마을 이야기를 '봄'

지금까지도 나에게 인상을 남겨 준 마을들이 몇 곳 있었다.

'자이살메르'는 많은 사람들이 사막에서 1박을 하는 낙타사파리를 체험하기 위해 필수로 방문하는 마을이다. 자이살메르는 인도여행의 두번째 방문 마을이었음에도 나의 기억에서는 '인도의 첫인상'으로 떠오르는 마을이다. 인천에서 델리까지 긴 비행으로 지친 몸으로 새벽에 당도한 델리에서 우리일행은 낯선 인도의 모습과 인도인에 대한 경계심 한가득으로 델리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 다음 방문한 곳이 자이살메르 였다. 어느정도 인도라는 곳에 적응이 되었고, 델리보다 사람도 적었으며 한적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막투어를 떠나기 전에 대부분의 시간을 마을에서 보내게된다. 여행자들이 묵는 숙소는 대부분 성(요새) 밖에 있으며, 나름 괜찮은 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는 성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요새 안에는 사원, 맨션, 하벨리(저택)들이 있었다. 온통 모래밖에 없는 사막 한 가운데에 큰 요새를 지어 생활하고, 낙타를 타고 유럽과의 무역로를 부지런히 오고가며 탄탄하게 살아갔을 모습이 보여졌다. 

@Jaisalmer Fort



인도를 여행하면 영화 '김종욱 찾기'의 조드뿌르 마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조드푸르는 '전사의 도시'라는 뜻을 지녔다. 파란색의 집들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파란색은 브라만 계계급을 상징하는데 집을 푸르게 칠해서 다른 카스트 사람들과 차별화 한 것이다. 마냥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Jodhpur_Meherangar Fort


메헤랑가르 성채 안에는 플라잉폭스라고 로프투어를 할 수 있었다. 성을 한 바퀴 다 돌면서 마을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모습과 짜릿함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처음 로프를 탈 때는 엄청난 스피드에 놀라서 주변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두 세번째 로프를 타면서는 여유가 생겨서 마을도 구경하고 좋은 경치를 놓치기 싫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타기도 하였다.

@Jodhpur_Meherangar Fort_ZIP TOUR



인도의 야경은 특히나 아름답다. 인도에서는 안전을 위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있다. 바로, 해가 져서 어두운 밤에는 여자들만 돌아다녀선 안된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다행스럽게 우리의 일행은 2명의 남성과 4명의 여성으로 구성되어서 똘똘 뭉쳐다녔다. 인도에 어느정도 적응을 했을 때에는 겁도 없이 혼자서도 막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것은 곧 범죄의 타겟이 된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위험하지만 인도의 야경은 포기할 수 없었다. 거리에는 가로등이 충분치 않고, 상가들도 일찍 문을 닫는다. 해서 여행객을 위한 몇몇개의 식당, 건축물(요새)의 불빛을 제외하고는 암흑 천지이기 때문에 야경이 더욱 아름답다. 해가 지기 전에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야경을 보며 내려온다. 우다이뿌르는 다른 마을에 비해서 사람들이 많이 순한 편이다. 친절하고, 예술의 혼이 넘쳐흐른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놓고 야경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마을도 사람도 음식도 모두 따뜻함을 주는 곳이었다. 

@Udaipur_Karni Mata Rope Way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은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낮에는 사실 별로 가고 싶지 않다. 퉁퉁 불어있는 동물의 사체들이 강 위를 둥둥 떠다녔고, 나체의 모습으로 수행을 하는 듯한 사람들도 많았으며, 여행객에게 접근해서 마약을 권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은 곳이었다. 위쪽에서는 인도 전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시신을 들고 줄을 섰고, 아래쪽에서는 천진난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지만, 그들에게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아주 성스러운 곳이다.


모든 관광객들은 보트를 하나 대여해서 강에서 마을을 바라본다. 밤에는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영화보다 더 끔찍한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타오르는 장작 사이에서 바싹 타버린 시신이 우뚝 서버렸다. 아무리 놀라도 비명을 지르거나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죽은 이들에 대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Varanasi_Ganges River



[내가 만난 인도 이야기]

*본 이야기는 2013년 2월 약 18일 동안의 인도 여행을 바탕으로, 작가는 테마별로 에피소드를 구성하여 2017년 현재의 삶 속에서 그때를 추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

*본 여행은 전국대학생연합 여행동아리 '여행향기'의 15기 해외답사로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동 루트는 델리-자이살메르-조드뿌르-우다이뿌르-아그라-바라나시-델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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