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5일차 이야기
드디어 오늘부터 크로아티아 일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시작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기분은 뭘까?ㅎㅎ 어느정도 패키지 여행스타일에 적응이 되었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얼굴들과 성향을 외우게 되었다. 그리고 단체 버스가 아무리 커도 사람이 많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서 편하게 가려면 엄청 일찍 나와서 자리를 잡아야 했다. 우리가족은 언제나 꼴찌였다. 동생이 항상 여유를 부리다가 데드라인에 맞게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버스마다 정말 최악의 자리들이 있었다. 커튼이 없어서 힘든 자리. 혼자서 2자리씩 차지하기 때문에 한 가족은 1자리씩 앉아서 가야 한다. 1인 1자석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작은 짐들과 장시간 버스를 타기 때문에 1자리씩 앉으면 매우 불편하고 힘들다. 그렇기에 서둘러야 한다.
무튼 그러한 이유로 나는 아주 일찍 일어나서 조식뷔페를 먹기 전에 나갈 채비를 다 마쳐두고 동생을 재촉하는 데에 집중한다. 오늘도 5시에 일어나서 눈도 떠지기 전에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왔다. 그렇게 멍때리며 아침 풍경을 감상하는데, 새 소리랑 상쾌한 공기가 매우 시원했다. 블레드엔 아직 빙산이 있어서 그 찬 기운이 호텔까지 전해지는 듯 했다. 상쾌했다. 건너편 방은 아마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닐 것이라 생각되었다. 당장 부모님이 계신 건너방으로 들어가서 어머니를 모셨다. (엄마는 항상 일찍 일어나셔서 주변 산책으로 여행의 하루를 시작하셨다.)
상쾌한 하루의 시작. 하지만 체력은 이미 바닥. 멍때리며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아침.
그래도 크로아티아니까 힘을 내봅시다! 역시나 오전은 종일 버스에서 이동하는 데에 시간이 흘렀다. 굉장히 아기자기한 마을로 다닐 줄 알았는데 실상 굉장히 삭막했다. 아주 간간히 아기자기한 예쁜 집들이 보였다. 크로아티아. 생각보다 척박한 나라일까?
한참을 풍경 구경하다가 졸다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졸다가를 반복. 한참만에 드디어!!!!!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엄청 뜨~~거운 햇살이 아, 더 남쪽이긴 남쪽이구나 싶었다. 내 살덩이가 빠싹 타버리는 것 같았다.
자그레브에서는 성당을 먼저 둘러보고 12시에 종탑에서 터트리는 폭탄을 보고, 장터 구경을 한 뒤에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일정이었다. 성당 내부는 관심이 없어서(우리집은 무교다) 밖에를 둘러보고 그늘에 앉아서 쉬었다. 성당 안에는 이미 미사가 시작되었고 사람이 많아서 투어로 방문한 단체 관광객들은 출입이 어려웠다. 그래서 모두들 다시 나와서 폭탄이 터지는 종탑 밑에서 기다렸다. 아, 여기에도 현지인 가이드가 있었다. 각 마을마다 현지인 가이드를 필수로 두어야 하는 듯 했다. 그들은 간간히 가이드를 하면서 (사실 동행에 가까운 수준)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 했다. 대부분 주부로 보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무튼, 그렇게 자그레브 골목길도 구경하고 장에서 구경도 하면서 체리를 실컷 사먹었다. 이곳은 체리가 정말정말 저렴했다. 그리고 알도 매우 컸고 맛도 서울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곳곳에 보이는 꽃들이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저렇게 예쁜 가로등을 사용하면 좋겠는데 말이다. 약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완전히 다른 문화. 다른 세상. 작은 마을.
점심은 한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척박한 이곳의 재료들로 한국의 맛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김밥도 팔고, 다양한 한국 음식을 팔고 있는 나름 고급진 식당이었다. 가격이 무척 비쌌다. 김치도 한 접시에 만원이 넘는 가격.. 컵라면도 7천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다. 한국인은 무조건 올 수밖에 없다. 크로아티아는 어르신들이 관광을 많이 하는데, 현지식은 먹기 참 힘들다. 부실하지만, 한식당을 찾아가게 만드는 구조. 점점 이곳에도 한국인들이 늘고 있고, 여기에서 한식당 운영해도 장사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곳에 거주하면서 시장조사를 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제 많은 외국인들도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한식을 좋아하는 추세이다. 한식은 꼭 퓨전으로 변형하지 않아도 원래 그대로의 맛은 세계인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이곳에서 공수할 수 있는 재료가 한정적이라 힘들 수도 있겠지만..잠깐 그런 생각을 해봤다. ㅎㅎ
자그레브에서 짧은 일정을 마치고 라스토케로 가는 길. 어쩔 수 없이 방문해야 하는 샵이 있었다. 가이드님도 지치셨는지 아주 잠깐 둘러볼 것이고, 화장실이 잘 되어 있으니 볼일 보시고, 물건 사실 분들만 사시면 된다고 했다. 주인 및 직원이 한국인 이었는데, 호객행위가 아주 엄청나게 잘 훈련받은 영업사원 이었다. 나 무슨 피라미드 회사에 들어온 줄 알았다. 아니면 사기 집단이나... 판매하는 물건들은 이탈리아에서 아주 알아주는 브랜드의 발사믹과 올리브오일 이었다. 엄청 좋은 제품이라 비싸다. 나는 가정용으로 쓸 것들이 필요했지 이렇게 고급진 상품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까 자그레브 시장에서 샀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했다. 구석에서 조용히 라벤더를 활용한 화장품(핸드크림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단 훨씬 저렴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제품도 쓰지 않고, 비싸기 때문에 그냥 매장 구경만 하고 나왔다. 버스에 타는데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샀다. 아,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이래서 매장들이 여행사랑 손잡고 하는구나 싶었다.
드디어 라스토케에 도착했다. 나는 '꽃보다누나'를 보지 않아서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자꾸만 이 곳이, 이 집이 지우씨가 어쩌구저쩌구 했던 식으로 가이드님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엄청 작은 마을 이라는 것만 알 것 같다. 사람도 몇 살지 않는 물레방아 마을 말이다.
한적해서, 잠깐 들러 구경하기엔 좋았다. 딱히 뭔가 할 것은 없지만, 마을을 바라보는 시간 만으로도 좋았다.
저녁이 되어서 '오글린' 이라는 곳으로 왔다. 완전 구석에 자리잡은 시골.
패키지 여행의 숙소는 언제나 구석진 마을에 있는 호텔이다. 왜냐하면 무척 저렴하니까!
처음엔 가격때문에 이렇게 구석진 마을까지 들어오고 나가야하는 시간도 아까웠고 짜증났다. 그냥 마을안에 호텔 잡아주면 밤늦게도 자유롭게 나와서 시내구경도하고 그러면 참 좋은데, 이렇게 이동을 해야하니 자유관광도 별로 없고 호텔에서 할 게 없기 때문에 속상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적응하니 나름대로 좋은 점을 찾아보게 되었다. 언제 이런 마을에 올 수 있겠으며,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현지인이 사는 마을을 거닐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호텔 바로 앞 성당 구경도하고, 나와서 노는 마을의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근처에 있는 카페나 펍에서 여유도 부렸다. 여행에 충분히 적응을 마친 것 같다.
저녁으러 먹은 송어구이. 한 마리로 배가 차지 않았지만 주변에 딱히 먹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열린 식당도 없어서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송어구이 ㅎㅎㅎㅎㅎ 다음날 있을 플리트비체에 송어가 엄청 많다고 했다. 참 기대된다. 자꾸만 기대와 욕심을 버리게 만드는 여행. 화내도 나만 손해인 여행. 어떻게든 우리가족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지 나는 계속 머리를 굴려야겠다. 특히 가장 보여드리고 싶었던 플리트비체!! 죽기 전에 꼭 가야할 곳! 플리트비체를 위해 내가 이 상품을 선택했다고해도 거짓말이 아니지!! 부모님이랑 인생샷 많이 찍어야지!
...
하지만... 플리트비체에선...슬픈 소식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주, #6_무조건 자유로 가야 할, 플리트비체 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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