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4일차 이야기
오늘은 일정은 블레드로 가는 길에 그라츠를 경유하는 일정이었다.
나는 그라츠라는 마을은 처음 들어보았다.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일정표로 보았을때 정말 잠깐 지나가는 코스 정도로 생각했었다. 어쩌면 패키지로 다니는 단체여행과 자유 배낭여행의 차이를 여기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원래 우리는 이곳에서 인공섬 '쿤스트하우스'를 둘러보고 근처에 있는 커다란 쇼핑타운에 들어가서 쇼핑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제의 불만들이 많아서 그런지 가이드님은 이 일정을 수정하고 시계탑을 보는 일정으로 바꾸셨다. (어차피 같은 곳에 있다.) 우리는 서둘러서 다니는 패키지 일정에 어느정도 적응했다. 사람들은 가이드의 말을 따라서 이동을 하긴 하지만 삼삼오오 흩어져서 사진찍고 합류하는 행동을 했다. 초반에 우리가족이 했던 것처럼.ㅎㅎ
이번에도 현지 가이드(젊은 할머니/현지인)가 있었다. 미리 시계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입장료를 사 두는 정도의 역할을 하신다. 우리는 2인이서 7유료를 가이드에게 지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정보로는 1인 왕복료는 2.2유로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미리 표를 사준 현지 가이드의 수익으로 들어가는 듯) 걸어서 올라가도 되고, 엘리베이터로 빠르게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자유로 왔다면 걸어서 경치를 감상하면서 올라갔겠지~ 그러나 우리는 연세 많으신 분들도 계셨고 시간이 금이라 돈을 지불하고 엘리베이터로 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생각보다 경치가 훌륭했다. 아주 잠깐의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예쁜 사진들도 찍었고, 경치도 실컷 감상했다. 물론, 화장실 줄 서느냐고 많은 시간을 낭비했지만 ^^(세계 어디나 여자화장실은 오래걸린다...)
시계탑 아래의 계단에 앉아서 바라보는 마을 경치가 굉장히 훌륭하다. 빨간 지붕의 건물들은 마치 장난감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시계탑 주변으로 꽃이 참 예쁘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한켠에서 직원분들이 꽃을 심고 가꾸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동유럽은 정원 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 했다. 집집마다 예쁜 꽃들이 싱싱하게 심어져 있었고, 길거리 가로등 하나에도 꽃들이 걸려있었다. 동화 속 풍경이 그냥 완성되는 것이 아닌 듯 싶다.
차를타고 한참을 이동했는데,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은 너무도 짧게만 느껴졌다. 또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서 블레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블레드에 도착하자 갑자기 흐린 날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비도 조금씩 떨어졌다. 변덕스런 날씨. 그런데 오히려 흐린 날이 좋았다. 한 낮 쨍쨍한 햇빛 아래에서 그늘도 없는 호수위를 떠 다니면 기절 했겠지 싶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으로 뛰어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서 나오는 탄성!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이는 식당.
여행사에서 자랑했던 4대 특식 중, 슈니첼 정식으로 추정되는 돈까스가 나왔다. 정말 담백한 돈까스였다. 레몬을 뿌려서 촉촉함을 느끼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매우 퍽퍽했다. 우리나라는 부드러운 고기를 많이 먹는데, 이곳의 고기들은 다 퍽퍽하다. 굉장히 담백하고 퍽퍽하게 먹는 것 같다. 그나마 감자와 나물이 부드럽게 넘어가서 살 것 같았다. 옆에선 미리 가져온 컵라면, 김치, 햇반 등을 드시느라 난리다. 식당에서 데워주긴 하는데 냄새가 아주 치명적이다. 무용을 하면서 닭가슴살 같은 것들만 잔뜩 먹어서, 사실은 퍽퍽한 고기따위 먹지 않는데.. 억지로 먹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메인 이후에 디저트로 조각 케이크가 나왔다. 아주 유명하고 맛있는 케이크 같았는데,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디저트는 드시지 않았고 밖에 나가서 호수를 배경으로 경치 구경에 푹 빠졌다.
블레드 호수에서 꼭 해야 하는 일! 플라트나 보트를 타는 일이다. 사실, 사전 조사에서 이 보트의 탑승 비용은 왕복 12유로 정도였다. 여행사에선 30유로를 받는다. 항상 말하지만 보든 투어에는 가이드와 여행사의 수익 창출을 위하여 가격이 범핑된다. 그런데, 이런 체험은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 여행자들은 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 있었다. 운행할 수 있는 보트와 운전자의 인원이 정해져있고, 대부분의 보트는 여행사와 제휴를 맺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니, 여행사가 아닌 개인으로 와서 이용을 하려면 많이 힘들 수 있다. (성수기의 경우)
무튼 매우 편하게 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잔잔하게 큰 호수를 건너는데, 부모님께서 참 좋아하셨다. 그동안 빨리빨리에 익숙하던 일정에서 오늘은 처음으로 차분하고도 여유로운 일정인 것 같았다. 걷거나 뛰지 않고 보트에 앉아서 평화롭게 경치를 감상하니 너무 좋았다. 살짝 비가 내려서 그런지 관광객도 많이 없어서 좋았다.
성당에 올라가서 종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그런 것보다 성당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처음으로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곳 이었다.
주변에 볼 것들이 많다기 보다는 차분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고 말이다. 이 뒤로는 블래드성으로 이동했는데, 성 또한 아주 멋졌다. 성 안이 멋있다기 보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주 훌륭했다.
성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카페가 명당이다. 잠깐 구경하려고 앉았는데 메뉴판을 주어서 당황했다. 여유만 더 길었다면 이곳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며 맥주 한 잔 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성 입장료는 10유로로 기억된다. 여행사의 투어로 갈 경우 30유로. 대신 인솔자 가이드님이 사진 참 열심히 찍어주신다 ^^
다녀온 후 드는 생각인데, 이때가 이 투어의 가장 좋은 날 이었던 것 같다.
여유로운 일정과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어서 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짜는 루트는 언제나 외곽이었다. 가이드북에선 잘 다루지 않는 볼 것 없는 작은 마을 말이다. 나는 오히려 번화한 도시가 싫었다. 익숙하고 치열하고 정신없으며 볼 게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오히려 작은 마을은 생각보다 볼 것도 많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고 이동 시간도 짧아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블레드가 딱 그러했다.
보트타고 블래드 성당에서 나오면서 가이드님이 숙소가 참 좋다고 엄청 기대치를 높여 두었다. 호수가 보이는 (바로 호수 근처) 호텔이라고 기대를 주셔서 우리는 보트를 타고 나오면서 여기에 보이는 호텔 중에 과연 어디가 우리 숙소일까? 한참 기대했는데... 한~~~~참 멀리 떨어진 숙소....... 괜찮아, 이제 익숙하다.. ㅋㅋ 그래도 공기도 좋고, 이 나라 괜찮네 싶었다 ^^
다음주, #5_꽃누나 효과, 자그레브/라스토케 편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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