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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May 06. 2020

내 감정은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무표정으로 'ㅋㅋㅋ'하는거 다알아요

언제부터였을까.
온라인의 모든 매체에서는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나 역시 당시 유행하는 이모티콘은 거의 구매했었다. 최근에 구매한 이모티콘은 ‘펭수’였다.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음식에 양념을 치듯 대화의 중간에 이모티콘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으며, 직장에서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도 정도와 대상의 차이만 있을 뿐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한다. 나도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는 곳은 임직원 단체방 정도이다.

이모티콘은 글로 하기 번거로운 대답이나 감정의 표현을 대신해준다. ‘알았다’라는 뜻의 ‘ㅇㅇ’보다 밝은 표정으로 끄떡끄떡 하는 토끼 이모티콘이 조금 더 성의 있는 대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 아침 브런치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이 피드 되었다. 마침 외근 중이라 지하철을 타는 동안에 한참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동 중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브런치의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한다. 글의 말미에는 이미 글을 읽은 독자들의 ‘라이킷’과 댓글이 보였다. 나 역시 ‘잘 읽고 있다’, ‘좋은 글 감사하다’라고 적으려는 순간 이모티콘이 보였다.
평범한 댓글보다 ‘따봉’이라도 하고 있는 이모티콘이 더 좋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브런치의 아무것도 장식되지 않은 하얀 배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양손으로 따봉을 하며 촐싹맞게 웃고 있는 토끼 때문이었을까.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엄지 손가락의 짧은 고민 끝에 ‘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댓글을 남겼다.


적절한 이모티콘은 나의 유머러스한 면을 보일 수도 있고, 장도연 님이 말한 것처럼 ‘바쁜 현대인’에게는 빠른 회신의 용도가 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이모티콘이 모두 대변해줄 수 없다. 연인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한번쯤은 짧은 글로라도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 ‘따봉’은 브라질어로 ‘좋다’는 뜻입니다. 1989년 오렌지주스 광고로 알려졌으니 혹시 모르는 분도 계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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