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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Sep 13. 2020

전환점은 매 순간 내 곁에 있었다

‘전환점’의 첫인상은 강렬하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제2의 인생을 맞이하는 주인공처럼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극적인 상황이 먼저 떠오른다. 우연한 사건이나 행동으로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전환점은 ‘기회‘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회‘라는 녀석은 찾아왔을 때도, 또는 놓쳤을 때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야무지게 잡았다고 해도 나의 판단과 행동으로 다시 놓칠 수 도 있다.

가을밤 내 손에서 몇 번이나 도망치는 모기처럼 말이다. 반면 전환점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만들어진다.

물론 스스로 전환점을 만들 수도 있지만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기회와 달리 전환점은 ‘반전‘이라는 무시무시한 놈이 숨어있다가 뒤통수를 보기 좋게 때리기도 한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는 것이 한없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는 ‘잡는다’고 하고 전환점은 ‘맞이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전환점과 기회를 잘 구분해야 하고, 나의 몸과 마음 나아가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는 이 전환점에 대해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전환점은 많아야 두세 번 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에게도 세 번 정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된 순간이 있었다.

멀쩡히 공부하다 축구를 하겠다고 전학을 간 것과, 축구코치를 하다가 그만두고 프로그램을 배운 것, 그리고 마지막은 무능력한 상사를 만나 고생하다가 결국 그 역할을 내가 하면서 팀장이 된 사건이다. 세 번의 사건 모두 나의 인생을 바꿔놓은 전환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두 번의 사건은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마지막은 타인의 결정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이처럼 내가 원하지 않아도 전환점은 순식간에 내 일상을 흔들기도 한다.


경기에는 흐름이란 것이 있다.

내가 신나게 공격을 하며 밀어붙이다가도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어 상황이 역전된다.

이는 사소한 실수나 시간의 흐름, 선택과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 혹은 단체 간 대결구도를 가진 모든 상황에서 이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감독은 팀에게 불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전환점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선수 교체를 통해 흐름을 끊거나,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파울을 지시하고 전술의 변화를 모색하기도 한다.

반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흐름에서는 전환점을 맞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전환점이 가지고 있는 ‘반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전환점은 매 순간 내 곁에 있었다.

우연히 읽은 책,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추천 목록에서 고른 낯선 영화, 산책길 만난 사람들, 나의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 가족 또는 지인, 동료 그리고 친구. 익숙하고 사소한 존재들로 인해 나의 삶은 가볍거나 크게 흔들리고 바뀌었다.

어쩌면 길가에 핀 들꽃 같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같기도 하다. 단단한 고층빌딩 같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이 이토록 별일 아닌 것들에 영향을 받고 흔들린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전환점보다 타인의 강요, 영향, 결정에 의한 변화가 더욱 큰 전환점으로 빈번하게 다가왔다.  

몸에 생긴 ‘점’처럼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명보다 약하고 기회보다 강하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전환점을 지나쳤을 것이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즐거운 내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것은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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