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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Sep 06. 2020

슈퍼맨보다 배트맨을 더 좋아하는 이유

초능력자도 결국 약점이 있다

  일반인에 비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능력자’라 하고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이를 우리는 ‘초능력자’라 한다.

나의 경우, 능력자에게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고, 초능력자는 그 절대적인 능력에 감탄하며 동경해왔다.

어릴 적부터 SF물이나 판타지 장르를 좋아했는데, 그중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물을 좋아했다.

특히 배트맨과 슈퍼맨은 모든 시리즈를 챙겨볼 정도로 지금도 좋아한다. [초능력자 슈퍼맨] 슈퍼맨은 외계인이다. 이미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오고 철판을 맨손으로 찢거나 입김 한 번으로 사람을 수십 미터 넘게 날려버리기도 한다.

아, 하늘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꼬꼬마 시절, 남동생과 보자기를 둘러매고 제 키보다 높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며 "슈퍼매애애앤!"을 소리치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했었다. (안타깝게도 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능력을 못 썼을 것이다) [능력자 배트맨] 배트맨은 평범한 인간이다.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이며, 억만장자에 자선사업가이다. 또한 과학, 공학, 범죄학, 심리학, 전략/전술에 능하며, 거의 대부분의 근접, 원거리 무기 사용 술까지 통달했다. 싸움을 잘하고 돈이 심하게 많은 재벌에 두뇌도 뛰어나 가히 능력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슈퍼맨에 비하면 그저 능력 좋은 인간일 뿐이다.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이 초능력자와 능력자에게는 모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슈퍼맨은 크립톤 나이트가 몸에 닿거나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힘을 쓸 수 없다.

장시간 노출 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크립톤 나이트는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이 폭발하며 생긴 방사능 가득한 유해물질로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인에게 상당히 유해하다고 알려진 광석이다. 슈퍼맨 시리즈 중 '슈퍼맨 2'에서는 이 크립톤 나이트 때문에 사춘기와 갱년기를 제대로 맞은 듯한 슈퍼맨을 만날 수 있다.

크립톤 나이트의 강력한 방사선으로 어두운 마음의  자아가 나오며, 지구를 상대로 심통을 부려댄다.

영화에서는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워버리거나 유조선의 철판을 찢어 기름을 유출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슈퍼맨에게는 크립톤 나이트는 유일한 약점이자 고민이다. 배트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와 권력을 가졌으나, 어린 시절 눈앞에서 부모님이 강도에게 죽임을 당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있을 때도 악몽에 시달릴 만큼 강한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또 친구와 놀다가 우물 같은 곳에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는데, 이때 배트맨에게 덮쳐오는 새카만 박쥐 떼의 공격에 크게 놀란다.

이는 평생 박쥐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했다. [약점을 대하는 태도] 시리즈 내내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당들은 슈퍼맨을 죽이거나 괴롭히기 위해 오로지 크립톤 나이트만 줄곳 사용한다.

크립톤 나이트가 약점임을 알기에 굳이 힘들게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화의 설정이 그러하겠지만 슈퍼맨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별히 애쓰지 않는다.

그러나 배트맨은 다르다.

그 어떤 악당도 배트맨과 싸우기 위해 박쥐를 이용하지 않는다.  

배트맨에게 박쥐는 공포와 두려움이었으나 배트맨은 이를 피하지 않고 마주 보기로 결심했다.

배트카, 배트모빌, 배트 슈트 등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장비와 무기, 심지어 복장에도 박쥐를 형상화했다.

배트맨에게 있어 박쥐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상징하는 심벌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배트맨이 박쥐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하는 이유는 본인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인 ‘박쥐’를 통해 악당들에게도 같은 공포심을 주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문영 작가님도 말씀하셨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극 중 고문영 작가는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트라우마는 이렇게 마주 봐야지”

약점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타인은 나의 약점과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길잡이를 해줄 수 있겠지만 

마주 보려는 용기를 내는 것도, 직접적으로 마주 보고 싸워 이겨내는 것은 남이 대신해줄 수 없다.

스스로가 넘어야 할 벽이다. [내가 배트맨을 좋아하는 이유] 배트맨은 인간의 몸을 가진 능력자임에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뇌한다.

그리고 어릴 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괴로워하면서도 마주 보려고 노력한다.

강박과 트라우마를 가진 채 어른이 돼버렸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막강한 적이 나타났지만, 정작 배트맨에게 중요한 것은 적과의 결투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진정한 초능력은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빔과 강철을 찢어버리는 괴력이 아닌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용기와 결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나는 배트맨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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