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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톤 Apr 23. 2021

마음도 스트레칭으로 풀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뭉친 근육과 마음에 워밍업 하기

불과 얼마 전 눈이 내린 것 같은데 꽃이 하나둘 피더니 오늘 한낮에는 초여름을 잠시 느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했던가.

계절도 예외는 없나 보다. 이러다 다음 주엔 피서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겨울 내 침대를 따뜻하게 해 준 전기요를 접어 선반 위에 올리다가 종아리에 쥐가 났다.

의자를 받치면 될 것을 무리하게 까치발을 들다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 것이다.

기가 막혔다. 아무리 운동을 그만두었어도 고작  정도에 쥐가 나다니...

늦은 밤이라 비명도 마음껏 못 지르고 엄지발가락을 앞으로 당겨 근육을 이완시켰다.


바닥에 앉아 얼얼해진 종아리를 손으로 주무르다 요즘 내 상태가 이 ‘종아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처럼 단단하게 굳은 채 조금만 무리하면 경련이 일어나버리기 십상이다.

뭉친 근육은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는다.

평소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고,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면 근육은 부드러워지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부드러운 근육은 강한 근력의 원동력임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실천 없이 머리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축구선수였다는 말을 하면 10명 중 9명은 무회전 슈팅을 하는 방법을 묻는다. (이 질문을 하는 사람 중 축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때 모든 이들의 우상에서 한순간에  ‘날강두’라는 별명을 달게 된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사실 국내 선수 중에도 무회전 슈팅을 꽤 잘 차는 선수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천수 선수, 황희찬 선수 등이 있다.

무회전 슈팅의 8할은 발목의 유연함과 강한 근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하기만 해도 안되고 유연하기만 해도 안된다.

근력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지나친 유연함은 오히려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력과 유연함의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근육을 단단하게 단련하는 것보다 유연하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

특히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얻고자 할 때는 꾸준히 오랜 시간 지속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타고난 근력과 코끼리 발목 덕분에 파워는 있으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저녁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찜질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훈련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축구선수를 그만두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마음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회사생활을 하며 길러진 마음의 근육만 비대해져 툭하면 힘자랑만 하고 있다.

조금만 이해하면 될 일도 흥분하기 바쁜 게 요즘의 내 모습이다.


한참 종아리를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마음도 스트레칭으로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 초등학교 코치 시절 감독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몸이 굳은 상태에서 바로 스트레칭하면 오히려 안 좋아. 가볍게 10분 정도 워밍업을 하면서 몸을 데우고 스트레칭을 해야 돼”


근육을 이완하거나 수축하는 스트레칭을 하기 전 가볍게 워밍업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칭으로 인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번아웃인지 갱년기인지 봄 타는 중인지 모를 내 마음은 무리한 스트레칭보다 가벼운 워밍업이 필요하다.

회사생활도 더 나아가 인간관계도 무리한 이완과 수축보다 가벼운 워밍업을 통해 마찰을 줄여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내일은 가벼운 조깅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는 워밍업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부디 뭉친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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