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이(blue eye)
"자, 심장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뭘 까요? 펌프입니다. 아주 강력한 펌프예요. 심장근육의 엄청난 펌프의 힘으로 온몸에 혈액을 보내줍니다 분당 5리터 정도로.
학부생 때 다들 배웠듯이 심장은 총 네 개의 챔버(chambers)인 우심방, 우심실, 좌심방, 좌심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좌심실에서 강력하게 수축해서 대동맥을 통해 뇌, 팔, 다리등 혈액을 온몸으로 보냅니다. “
교수는 잠시 숨을 돌린 후 학생들에게 질문 던졌다.
"자, 그런데 이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근육이 잘 이완, 수축되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웅얼웅얼거리지 말고, 큰 소리로 말해 주세요.
그렇죠 심부전이죠.
저도 심장 병태생리가 참 어려웠습니다.
심장파트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요하니깐 확실히 공부하고 넘어가야 됩니다. 정말 신비로운 곳이니깐.
좋습니다. 다음은 CAD(관상동맥질환)로 넘어가겠습니다."
김중명 교수님의 강의는 머리를 오래 사용하면 뇌 주름이 늘어난다는 말을 심감하게 만들었다. 강의를 들을수록 뇌가 오랜 시간 온탕에서 반신욕을 한 것처럼 뇌가 쭈글쭈글 해진 느낌이었다.
심장의 구조, 각종 심장 질환들, 무수한 혈관들, 그리고 복잡한 심전도까지.
마치 의대생이나, 심장외과 전문의라도 되는 양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조금씩 배울수록, 아는 만큼 보이는 심장의 구조와 순환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대학원 강의는 힘들었지만, 배우지 않으면 보이질 않으니 열심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심장 파트 공부를 하고 돌아오면, 복습하고 이해하며 직접 윗장을 까고 거울 앞에서 한두 시간 내내 내 심장을 관찰했다.
심장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정교한 기계이자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각방의 일정한 리듬에 맞춰 판막이 열리고 닫히며 풍부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순환과정은
신이 만들었든 자연이 만들었든 가장 완벽했다. 다행히 내 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었다.
호텔 수영장 가드일은 하루를 정리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수영장 안에서 손님들의 여러 심장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무엇보다 다영 씨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지와는 어느새 영법을 의논할 정도로 친해졌다. 조지의 본명은 강현우라는 세련된 이름이었다.
딸인 다영 씨도 수영등급을 매기자면 마스터즈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급반 정도는 돼 보였다.
"현우 회원님이 레인줄에 붙어 가는 게 오른팔 스트로크 할 때 쭉 뻗은 왼쪽 팔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어요. 어깨 앞으로 집어넣고 오른팔 스트로크 할 때 버티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다시 해볼게요."
일주일째 보이지 않은 다영 씨가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매주 주말에는 수영팀 썬데이버닝에서 그로기가 되도록 수영 훈련을 했다.
자유형 50m - 27.78
평영 50m - 36.88
"일반인 치고 초도 나쁘지 않아요."
"선생님, 솔직히 일반인은 아니죠 그래도 체대생인데."
"하하하 아 그러네요, 정호님 스트로크 할 때 푸시 끝까지 미세요 왼손 물 잡기 할 때도 너무 몸 안쪽으로 잡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 초면 구 대회는 입상할 것 같은데요, 연말에 있는 아르나 대회 한번 나가봐요 전국국 아마추어에서 얼마나 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가끔 선출 출신도 상금 노리고 참가하긴 하지만 재밌어요."
"그건 좀 양아치 아닌가요. 선출이 가오가 있지."
"뭐 용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고 싶고, 양민학살도 재밌나 보죠."
"선생님은 안나 가세요?"
"저도 나가요 선출이라 번외경기로."
"역시"
얼마 전 승우랑 한 잔 하면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너 피지컬이 완전 존존스인데, 혼자 거울 보고 온몸이 스머프색으로 변할 때까지 운동하면 니가 UFC챔피언 될 수 있는 거 아냐? 한 번 훈련해 봐."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ufc야. 걔네들은 천부적인 전투 민족이야 걸리면 죽어."
"아니야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내가 세컨 봐줄게 너 리치랑 피지컬 정도면 충분해. 팔 벌려봐 너 윙스팬 좀 재보자."
UFC는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맞는 건 세상에서 제일 싫고 UFC격투기 선수는 아무래도 불가능하지만, 다른 운동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중 수영이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수영을 하며 어느 부위를 어떻게 단련해야 기록이 향상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호텔 수영장)
"이번 달까지만 하신다면서요?"
"네, 아직 공부할 게 남아서요."
"무슨 공부하시는데요?"
"운동재활 쪽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게 수영 가르치는 거 보면 앞으로 성공하 실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숏핀 가져오셨네요."
"네 오늘도 가볍게 3천 정도만 하고 갈려고요."
"즐수 하십시요."
이번에도 다영 씨는 같이 안 왔다.
근데 도대체 조지는 무슨 일을 할까 혼자 공상하고, 추리하면서 감시탑 위에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조용히 주시하면서 조지의 직업을 생각해 본다.
말투나 행동 그리고 호텔 수영장에 오는 재정적인 상황을 보면 전문직이거나 사장 혹은 갓물주 인가?
그는 평소처럼 자유형을 미끄러지듯이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30분쯤 지나자 저번처럼 아니 저번보다 더 속도가 나질 않았다. 숏핀을 찾는데도 불구하고."
탑에서 내려와 데크로 와서 천천히 지켜봤다.
그는 숨쉬기 힘든지 호흡할 때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제대로 물을 잘 밀지 못하더니 갑자기 레인 한가운데 벌떡 섰다.
눈에는 당황과 공포가 서려 있으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강현우님?"
'좌심부전!'
블루아이로 보자 좌심실의 수축력이 저하돼 뇌와 몸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삐이이익~~'
호루라기를 급히 불면서 바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조지를 잡자 그제야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입을 뻐금 뻐금 거린다.
아직 의식이 있어 숏핀을 벗기고 데크 위로 끌어올렸다.
"행로기사님 119에 전화 부탁드릴게요."
때마침 수질 체크를 하러 올라온 설비 직원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아까보다 얼굴은 더더욱 창백해지면서 입술이 파래지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119 불렀어요?"
"네."
"재세동기도 가져와 주세요!"
"CPR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