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인연

블루아이(blue eye)

by Dinnerout

더미를 살리는 일과 실제 사람을 CPR로 살리는 일은 전혀 달랐다. 손끝이 차갑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재빨리 기도를 확보한 후 숨을 불어넣고, 적십자에서 배운 대로 양 손바닥을 겹쳐 흉골, 젖꼬지 사이 정중앙에 대고 체중을 실어 압박을 시작했다.


'하나아'


'두울'


'세엣'


분당 100회 이상의 리듬으로 압박과 이완을 균일하게 유지하며, 블루아이로 심장 속 혈액이 내 손 압박에 따라 전신으로 퍼지는 걸 확인했다.


"컥, 컥!"

다행히 혈류가 다시 뇌와 전신으로 돌기 시작하자 조지는 눈꺼풀이 떨리며 의식이 돌아왔다.

시설관리사가 재빨리 제세동기를 가져왔지만, 다행히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


"강현우님, 의식이 좀 드세요?"


"하아... 헉헉..."


"곧 있으면 119가 도착할 테니 그때까지 무리하지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으세요."


"으으으..."


"일어나려고 하지 말고, 누워 계세요. 강현우님 여기가 어딘지 아시죠?"


"네에... 수영장."


"탈의실 키 번호 어떻게 되세요? 제가 가족 분께 연락드릴게요."


6분 이내에 도착한 119 구조대가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신속하게 조지를 담요로 덮고 들것에 싣고 나갔다.


구급대원들이 떠나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현기증이 일며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아직 근무 시간이었기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곧장 영호형에게 연락을 취했다.


30분 정도 지나 영호형과 팀장이 도착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정호야, 고생했다."


"병원에 한 분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데스크 직원이 그분 소지품 챙겨서 따라갔어. 팀장님도 곧 갈 거고, 너도 이제 그만 들어가 쉬어도 돼. 내가 마무리할게."


"아니에요 형. 근무 시간 남았는데 제가 마무리해야죠."


"하하, 프로네 프로."


"진짜 식겁했어요."


"그래도 침착하게 대처 잘했네."


"그 순간 못 살리면 저도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CPR 했어요. 알바는 구했어요?"


"하하하, 그래 이번 주까지만 부탁한다."


"휴우~아직도 오싹하네요"


(잠실 50m 수영장)


"26.12초! 와, PB 나왔어!."


"진짜요? 봐봐요."


"와, 정호야 너 진짜 재능 있네. 좀 만 일찍 수영시작했으면 잘했을 텐데 아쉽다. 몇 달 만에 이렇게 초가 줄어드는 건 진짜 보기 힘든데, 너 경영은 처음 이라며?"


"네, 처음이에요"


"장난 아닌데."


은성형님이 이끄는 '썬데이버닝'팀에서 훈련을 시작한 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돼간다.

수영할 때 직접 내 눈으로 피드백을 받긴 어렵지만, 은성형님의 원포인트레슨으로 충분했다.


팀원들이 수영할 때 영법에 따라 쓰이는 근육을 유심히 보고,

집에 돌아가서는 팬티 바람으로 거울 앞에 영법 동작을 확인하며 어떤 근육을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 확실히 파악했다.

매일 1시간 이상씩 전거근과 코어 근육은 물론이고 밴드를 이용한 회전근개, 턱걸이를 통해 철저히 몸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종전 보다 1초 66이나 줄은 26.12초로 오늘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이번엔 평영 다시 재보자."


"좀 쉬었다가요."


은성 형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팀장이 영호샘 엄청 괴롭혔어, 너 다시 데려오라고 정직원으로 채용해 준다고 난리더라."


"하하하 엄청 깐깐하다고 하더니 사람 보는 눈은 있네요.


"사람 살렸으니까 인정받은 거지."


"강현우 그분 요즘 수영해요?"


"아직 안 나오고 조만간 퇴원하신다고 하던데."


"너 그분 뭐 하시는 분인줄 아냐?"


"아녀 샘은 알아요.?"


"아니, 혹시나 해서... 재벌이면 너한테 목숨값이라도 두둑이 주지 않을 까해서."


"하하, 사실 저도 살짝 기대는 했는데 , 그날 잘 마무리된 걸로 만족해요. 3년 전 알바했던 수영장에서 스타트하다 회원 한 분이 잘못 떨어져서 경추 골절로 하반신 마비된 사고가 있었거든요. 그 때 담당했던 여자 선생님이 재판 왔다 갔다 하느라 진짜 고생한 걸 봤어요."


"아, 골치 아팠겠네."


"결국 무죄 판결 나왔는데 다시는 수영장에서 일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맞아, 항상 조심해야지. 이제 너 차례다. 너무 쉬면 퍼진다."



다시 스타트대에 올라가 신호를 기다린다.


"take your mark"


"후~"


심호흡을 깊게 하고, 코어에 힘을 단단히 준 채 스타트 대를 꽉 붙잡았다. 몸은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됐다.


삐익!


두발이 스타트 대를 박차고 명치를 앞으로 밀면서 시위를 떠난 활처럼 앞으로 튀어 오른다.

공중에 뜬 몸은 팔을 빠르게 머리 앞으로 뻗으며 유선형을 완벽하게 그리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대로 고요하게 수면 아래로 미끄러진다.


'풀! 킥! 가자!'

마음속으로 외치며 평영을 시작한다.

양팔을 힘차게 모으며 수면 위로 머리가 나오는 순간 힘차고 부드럽게 양팔을 최대한 앞으로 내던진다.

출발이 좋다.

35m 지점 온몸에 젖산이 쌓이기 시작했고, 허벅지 안쪽 근육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더 밀어! 킥! 훅! 더 강하게!"


밖에서 내 박자에 맞춰 은성형님이 외친다. 그 리듬을 타고 물을 최대한 쓸어 모으고 손끝에 힘을 더 싣고 날을 세우며 찌른다.


마침내 터치패드를 힘차게 두 손으로 찍었다.


"35.54! 와, 대박이다. 정호야 몇 개월 만에 이렇게 기록이 좋아질 수 있냐!"


"헉헉...하... 빨라 하아~ 졌네요 헉헉."


"이 기세면 전국구다! 전국구."


"아아! 아악! 쥐 쥐쥐 !! "


에이스 택진님이 다가와 내 발을 풀어주며 웃었다.


"와 정호님 오늘 엄청 가볍네요. 저도 팁 좀 알려줘요."


입안은 바짝 말라 건조했고, 근육은 미세한 경련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대로 기록이 계속 줄면 입상도 가능할 것 같은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 텅 빈 고깃 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쿨 다운을 위해 다시 입수했다.



(호텔 수영장)


"어서 오세요 김정호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그만뒀는데 다시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저도 가기 전에 팀장님 얼굴 뵙고 인사드리고 싶었어요."


"다름이 아니라 강현우 님이 김정호 선생님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요. 저도 인사 드릴려고 불렀어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CCTV를 돌려봤는데 거의 완벽했습니다. 마치 심장발작이 일어날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유심히 지켜보다가 바로 뛰어들어 물밖으로 올리고 CPR까지... 적십자에 모범사례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저도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 김정호 선생님!"


어느새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온 조지가 환한 얼굴로 내 손을 덥석 잡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의 뒤에서 다영씨가 살짝 미소 지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조지에게 인사를 하면서 몸통은 굽혀졌지만 나도 모르게 목과 눈은 자라처럼 다영씨 쪽을 향했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몸은 좀 괜찮아지셨어요?"


"네 덕분에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습니다. 하하"


"정말 다행입니다. 수영이 좋은 운동이긴 하지만 앞으로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사실 바로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개인정보라 여기 팀장님이 끝내 연락처를 안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부탁드려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생명의 은인을 만났는데 감사 인사는 꼭 해야죠. 점심 아직 안 드셨죠? 제가 근사한 곳으로 예약해 놨습니다. 스테이크 좋아하시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합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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