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이(blue eye)
(병원)
"이제 좀 어때요? 여전히 색깔별로 물체가 보이고 그래요?"
"아뇨. 선생님 덕분에 안구가 이제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아요. 다 선생님의 뛰어난 의술 덕분입니다."
"허, 그동안 너스레가 많이 늘었네. 시력도 여전히 좋고, 안압도 정상이고, 각막도 깨끗해서 특별히 불편한 것 없으면 6개월 뒤에 다시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이 안구의 기증자는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해요, 그건 법적으로... 기증자 정보는 비공개라... 그리고 저도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정호는 늘 이 안구주인에 대해서 어떤 사람일지 제일 궁금했다.
뭐 하던 사람이었으며,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다시 앞을 볼 수 있고, 전 보다 삶에 대한 열망이 커진 건 그분 덕분이라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
어느새 수영 연습이 모두 끝나고 기다리던 수영대회가 다가왔다.
우리 팀에서는 개인전으로 총 15명 정도 나가고, 연령대별로 그룹을 나눴다.
내가 속한 그룹은 20세에서 29세까지 그룹이었다. 이 그룹 작년 자유형 일등 기록을 보니 26.43으로 선출만 나오지 않는다면 입상은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마지막 내 연습 자유형 최고 기록은 26.07까지 엄청나게 기록을 단축시켜 놨다. 우리 팀 멤버들도 이제는 30대에는 택진형님, 20대는 내가 에이스로서 확고히 굳혀졌다.
수영대회는 인천에서 가장 큰 경기장으로 국제 수영대회도 개최하는 곳에서 시합이 열렸다.
이 대회는 수영복 브랜드가 스폰십을 하는 스프린터 대회로 무조건 한판에 끝이 난다.
총 2천여 명이 참가했고, 참가자가 많다 보니 예선전은 따로 없고, 예선전에 기록순으로 추려서 결승은 개인전만 존재했다.
안내 책자를 보니 내 경기는 11시였지만, 오전 9시에 혼성계영 경기가 먼저 열렸다.
우리 팀에서 혼성계영을 두 팀을 만들어서 나갔다.
한 팀은 최강 에이스 팀으로 나, 택진, 지윤, 희수 이렇게 꾸렸고, 한 팀은 베테랑 진용이 형이 꾸린 수린이 팀이었다.
우리 팀은 연습 최고 기록이 1분 56초를 기록해 탑 3안으로 진입을 목표로 했다.
"다들 새벽부터 엄청 일찍 나왔네요."
"다들 팀 단위로 움직이니깐."
대회장에 들어가 관중석에서 수영장을 내려 보자 내 손목 스포츠 워치 심박수가 100을 넘어가고 있었다.
스타트대, 터치패드, 대형전광판 그리고 수많은 관중석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영도 하기 전에 교감신경이 극도로 활성화되면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다.
"오전 8시까지 워밍업이니깐 다들 수영복 갈아입고 스타트대에서 몇 번씩 뛰자. 연습하는 거랑 안 하는 거랑 천지차이니깐."
다행히 정신적인 지주 은성샘이 차분하게 리드했다.
"정호야, 컨디션 어때?"
"네 괜찮아요, 어제 잠을 좀 설치긴 했는데, 오히려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습니다."
"다행이네 개인전 시합 전에 단체전은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하고 와."
"뭔 소리예요, 뭐가 연습이에요. 단체전이 더 중요하죠!."
옆에 있던 지윤이가 발끈하며 데시벨을 높였다.
"맞아요, 은성샘 사과하세요 크크크."
"정호야, 단체전에 사활을 걸어라 개인전은 알아서 하고."
어느새 대회가 시작됐고, 관중석도 거의 다 찼다.
현수막까지 맞춰온 팀들도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대기실로 내려갔다.
나 빼고 모두 작년 대회에 나가서 그런가 다들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중에서 5년 연속 대회에 참가하는 택진이 형이 모아놓고 말했다.
"즐기자. 어차피 채 1분도 안 되는 순간이야! 생각하지 말고 몸에 맡기고 자신감 있게 뛰자."
"오빠, 1분 플랭크 해봐요 엄청 길어요."
"아씨 지금 진지한 얘기 하고 있잖아 나 이거 생각했단 말이야."
"크크크 알았어요."
팀 막내 희수 덕분에 긴장이 누그러졌다.
순번은 택진, 지윤, 희수, 나 이렇게 순서대로 뛰기로 했다.
어느 팀은 여자가 연달아서 2번 뛰고, 남자가 그다음 뛰는 팀도 있었다.
아마 초반부터 크게 앞서 상대팀의 멘탈을 흔드는 작전인 것 같은데 이런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옆 레인을 쳐다볼 여력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팀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정공법은 아니지만, 1, 4번 주자를 가장 잘 뛰는 남자 선수를 배치해 밸런스를 유지하고, 나보고 힘차게 막타를 치라는 임무을 받았다.
"1, 3번 선수들은 왼쪽 스타트대로 가시고 2, 4번 선수들은 오른쪽 스타트 대로 서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이 울리고 각 심판들과 관중석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take your mark"
삐익!
첫 주자 택진이 형이 역시 깔끔한 스돌브를 보여주면서 단독으로 치고 올라왔다.
언제 봐도 부드럽다.
물을 탄다는 말을 느낄 수 있는 영법이었다.
은성샘도 택진이 형 보고 이 폼으로 만약 40대가 되면 전국 마스터즈는 택진이 천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여러 수영팀에서는 유명인이었다.
두 번째 지윤이가 준비하고 있었다.
터치! 27.88 전광판에 기록이 떴다. 택진이 형이 2번째로 들어왔다.
지윤이도 힘차게 스타트를 끊고, 어느새 미친 듯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스트레이트 암으로 파워풀하게 쭉쭉 가고 있었다.
옆 레인 선수들을 보니 아직 3번째로 조금 뒤처졌지만,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다.
3번째 희수가 뛰어들고. 스타트대에서 올라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호야 수영 대회 데뷔 축하한다. 파이팅!"
1번 주자였던 택진이 형이 옆에서 응원했다.
터치!
스타트 입수
연습한 대로 물속에서 7번 정도 돌핀킥을 차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호야 아직 스돌브 가 약해서 물속에서 돌핀킥으로 15m 끝까지 갈려고 하지 말고, 빠르게 수면 위로 나와서 너 강점인 발차기로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유연성이 좋지 않아 물속 동작이 잘 안 되는 날 위해 은성샘은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줬다.
몇 번 기록을 재본 결과 은성샘말이 맞았다.
물속에서 되지도 않는 웨이브 돌핀킥으로 기어 가느니 재빨리 물 위에서 강철 같은 허벅지와 발목힘을 써서 앞으로 나가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터치 1:57초
전광판에 1위로 썬번이 올라가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정호야! 잘했어!"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이 소리쳤다.
"아직 2조가 더 남았지만, 이 정도 기록이면 무조건 입상이다."
택진이 형이 소리쳤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얘들아 여기 봐봐."
관중석에 있던 은성샘이 부르더니 사진을 찍어줬다.
"첫 대회 어땠어?"
"정신없네요, 근데 재밌어요 거기다 현재 1등이고. 우리보다 잘하는 팀은 선출이라고 봐야죠."
"맞아! 양아치팀이라고 봐야지."
희수가 낄낄 거리면서 추임새를 넣었다,
"수고했어 다들 진짜. 근데 택진이 넌 최선을 다 안 한 것 같다. 힘 조절한 거 같은데 개인전 위해서."
"아니에요 최선을 다했어요."
은성샘이 축하대신 농담으로 반겼다.
"정호야 좀 먹고 폼롤러로 몸 풀고 있어, 오늘 잘하면 개인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너 스타트나 영법 보니깐 엄청 가볍던데."
"일단 기력 보충하겠습니다."
대회 나와서 가장 힘든 건 기다림이었다. 다른 선수들 경기하는 것도 몇 번 보면 그게 그거라 대회장 근처를 배회하거나 스트레칭하면서 기다렸다.
"정호야!"
"어? 누나! 못 온다고 하더니."
"와야지, 나도 내년에 대회 나가기 전에 분위기 좀 보러 왔지 팀들도 응원하면서."
몇 번 수영연습과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친해져 이제는 말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심 너 보러 왔지' 대사를 기대했지만, 와준 것 만으로 힘이 났다.
"뭔 맛있는 빵을 이렇게 사 왔어요 고맙게."
"여기 맛집이라 줄 서서 샀어 근데 왜 나와있어? 긴장돼? 쫄려?"
"누나 오니깐 이제 긴장이 안되네, 들어갑시다."
"어? 다영씨 오셨어요? 뭘 이런 걸 다 사가지고.
정호야 넌 이제 약 한 번 빨아라 이제 11시 다 돼간다."
운동전이나 후에 먹는 아미노바이탈이라는 젤 형식의 보충제를 처음 접한 건 자전거 타는 형님들이 알려줬다.
'힘들면 이거 하나 먹어봐'
건네준 걸 먹으니 그동안 바닥이었던 체력이 올라오더니 포기하고 싶은 업힐에서 생각 외로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이래서 이렇게 약을 빠는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었다.
알고보니 운동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주머니 속에 하나씩은 챙기며 보충했다.
물론 나도 박스 채 사다 놓고, 시합이 있거나 장거리 라이딩 때 항상 챙겨나갔다.
큰 힘을 쓰기 30분 전에 쭉 짜서 먹고 나면 기력이 나기 시작했다.
부작용은 개인적으로 몇 시간 뒤 방전이 급격히 찾아 오는것 빼고는 합법적인 약물이었다.
"파이티이 잉!"
모두에 응원을 받으며 스타트 대로 올라갔다.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한 번씩 철 썩 때리고, 다리를 힘껏 털어주고 두 번의 점프로 스타트대에 올라가기 전 생긴 루틴이었다.
우튜브로 세계적인 수영선수들의 출발 전 경기를 보니깐 온몸이 씨빨갛게 되도록 치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
피부에 자극을 줌으로 말초신경이 깨어나고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take your mark'
'삐익!'
스타트를 하는 순간 느낀다. 아 이번에 빨려 들어가듯이 잘됐다. 아니면 면적이 너무 많이 닿는 바람에 더럽게 들어갔다를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훌라후프 원으로 들어가듯 파동 하나 안 남기고 쏙 들어갔다.
물속은 고요했지만, 내 중심축인 코어만은 강하게 수축되어 있었다.
수면 위로 잠수함처럼 매끄럽게 올라오지 못했지만, 리드미컬하게 몸 전체를 움직이며 강한 상체의 광배근, 다리 대퇴 사두근에 집중해 물살을 가르듯 앞으로 나아갔다.
무호흡으로 시선은 45도 약간 앞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스트로크를 돌려댔다.
30m 지점 이산화탄소가 뇌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은성쌤이나, 택진이 형은 무호흡으로 50m를 가지만, 나는 무조건 한 번은 호흡하러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내야만 했다.
그 때문에 호흡만 한 번 참아도 초를 단축시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뇌에 있는 연수 부위에서 너는 '무호흡으로 50m를 갈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못 버티고 파악! 하고 내뱉고 들이마시고 다시 들어가야만 했다.
이 호흡 동작으로 몸 전체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의 사각근까지 단련했다.
호흡을 하고 나서도 빠르게 원래의 리듬을 찾기 위해서
단 한번 의 호흡이지만 그 호흡으로 들어온 산소가 나에게 더 강한 힘을 주었다.
터치!
전광판에 일등으로 찍혔다.
25.78
대회 신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