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담금질

블루아이(blue eye)

by Dinnerout

본격적으로 김민우, 이준호 두 선수의 몸상태와 컨디션 점검이 시작됐다.


그동안 김선우 선수 외 다른 선수들을 관찰하며 기록해 둔 메모를 다시 찾아봤다.


이준호 선수 (평영 100m)

-무릎 안쪽 부분 빨강

-햄스트링 약화 의심


김민우 선수(자유형 400m)

-소흉근 노란색(훈련 타깃)

-심폐지구력 강도 up(젖산 강화훈련?)


비교적 간단하게 메모만 했기 때문에 다시 블루아이로 한 선수씩 시간을 들여 유심히 뚫어져라 쳐다봤다.


원통 안으로 들어가는 mri처럼 각 부위의 근육, 관절이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하나의 프레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재 또 멍 때리네요. 망부석처럼."


"저렇게 쳐다보기만 하면 뭐가 나온다고? 뭐가 있긴 있는데..."

정호의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던 물리 치료사 이상철이 재활팀장 김종현에게 낮게 속삭였다.


"뭐 눈에서 초음파라도 나가나?"

이상철이 약간 빈정 섞인 농담을 던지다 말고 멈칫했다.


"피아노 조율사가 건반 몇 번 두드리면 미세하게 음을 알아차리고 조율하듯이

좋은 트레이너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걸음걸이만 봐도 진단이 끝난다고 하는데..."


"정호 선생은 그럴만한 경력이 없잖아요, 지금 대학원생인데."


"그러니깐 그게 희한하긴 하지."



이준호 선수가 턴을 하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무릎 내측 부위가 붉은색으로 찐해졌다.


'거위발건염(무릎 안 쪽 5cm 정도에 위치하며 봉공근, 박근, 반건양근 3개의 근육이 모여서 연합 부착된 건) 같은데...'

정호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평영 특성상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이 많고, 안쪽으로 회전을 시키기 때문에 무릎 부상이 자주 일어난다.


"준호 선수 무릎 안쪽 이 부위 괜찮아요?"

엄지손가락으로 비벼 눌러보며 말했다.


"일상이나 훈련은 괜찮은데 갑자기 대시나 체력 방전 된 상태에서 킥을 강하게 차면 찌릿할 때가 있어요."


혹시 모를 무릎 연골까지 유심히 봤다.


"이준호 선수, 누워보세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으으.... 참을 만해요."


"아니, 참지 말고 아프거나 느낌이 이상하면 말해주세요"


애플리 압박 검사와 맥머레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부분 눌렀을 때 약간 시큰거리고..."

"끼이는 듯한 느낌도 있나요?"


"네 조금."


반월연골 안쪽부위가 미세하게 빨간색으로 변해 있었다.


거위발염증과 혼동할 뻔했지만, 다행히 잡았다.


'경미한 내측 반월판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지상에서의 강화 훈련을 해주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재활팀장님을 불러 증상을 말했다.


"연골?"


"네, 거위발 염증인 줄 알았는데, 스페셜 테스트 검사 결과 연골 손상이 의심 돼요.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선생님! 저 트레이닝시켜 달라고 했는데 왜 병원을 가라 그래요?"


"이 정도면 금방 나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재활팀장이 이준호 선수를 한 번 쳐다보고 병원을 가라는 확신에 찬 정호 눈빛을 보고 데리고 나갔다.


다음으로 김민우 선수를 불렀다.


날 보는 눈빛이 무슨 선고를 기다리는 피고인처럼 눈빛도, 몸가짐도 겸손에 차 있었다.


"저도 문제가 많아요? 병원에만 가라고 하지 말아요."


나는 약간의 치아가 보이며 웃으며 얘기했다.


"김민우 선수는 소흉근 단련과 젖산 트레이닝을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나머진 좋아요."


"어후~ 준호 병원에 가는 거 보고 저 솔직히 식겁했습니다. 아무튼 전 괜찮은 거죠?"


무죄 판결이라도 난 것처럼 좋아하는 걸 보고 사명감이 더 들기 시작했다.


"제가 내일부터 프로그램 짜서 드릴 테니깐 열심히 하세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삐익!


김선우 선수가 스타트 후 다시 데크 위로 올라왔다.


"김선우 선수 이쪽으로 와서 밴드 좀 땡기겠습니다."


“하나, 둘,.... 열다섯, 스물”


"이제 견갑 더 조이고 스타트해 보세요."


삐익!


스타트대 위에 다시 선 김선우 선수가 뛰었다.


양팔이 토피도처럼 완벽하게 모이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면은 깨끗했고, 첫 스트로크가 더 부드럽고 빨라졌다.


"코치님 보셨어요?"


"응, 이젠 소름이 다 돋는다."


"피아노 조율사 보다 더한 씬슬라이싱(thin-slicing 짧은 순간이나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도 사람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 진단이네요."


코치와 물리치료사 둘은 해설자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좋은데요?"


한 바퀴 돌고 온 김선우 선수가 정호를 보면서 웃는다.


"물에 딱 붙는 느낌이네요 스트로크도 훨씬 가볍고."


"전거근 통증은 이제 없죠?"


"네, 하나도 안 아픕니다 아니 전 보다 더 강화된 느낌이에요."



(미팅룸)


김종현 재활팀장이 책상 위에 MRI 리포트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대단합니다. 이준호 선수 mri 결과 미세하긴 하지만, 반월 연골이 손상이 있는 걸로 나왔습니다.

정호 선생님 혹시 우리가 모르는 손상 테스트 방법이 있습니까?

운이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한두 번이 아니니깐 말해 주세요."

재활팀장이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미팅룸이 잠시 고요해졌다.


"저녁마다 훈련을 직접 하면서 수영 동작의 기능을 분해하고 연구했습니다.

알다시피 제 초도 줄은 만큼 제 자신에게 여러 동작을 수행하고, 선수들에게 적용하니 잘 먹힌 것 같습니다."


대답이 속 시원하지 못하고 답답하다는 듯 몇 초간 침묵이 지속됐다.


"그럼 김민우 선수의 소흉근은요?"


"김민우 선수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마 대흉근 트레이닝을 잘 안 하는데 특히 중 장거리 선수들은 가슴 근육이 과하게 발달하게 되면 어깨 가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대흉근 안에 있는 소흉근은 많은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캐치와 풀 초반 많은 도움을 줍니다.


김민우 선수는 마지막 100m를 앞두고 팔이 미세하게 내려가 캐치가 느린데, 이를 소흉근의 기능적 강화가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마치 피아노 조율사가 피아노 소리만 듣고 조율하는 듯한 느낌이네요."


이상철물리치료사가 웃으면서 또 한 번 말한다.


"제가 그 정도로 뛰어난 조율사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직감이 뛰어난 건 사실인 것 갔습니다."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다들 얹힌 느낌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내게 물을 수 없었다.



(저녁 훈련)


"정호 피치 더 빨리! 물을 왜 자꾸 뒤에서 잡아! 팔꿈치 떨어지잖아!


저녁 훈련. 이준승 코치의 목소리가 수영장에 울렸다.


'하이엘보, 캐치 앞'

중얼거리며 다시 출발했다.


"인터벌 50x8 마지막까지 짜내자!"


캐치가 반 박자 빨라지고, 코어에 힘을 더 주고,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젖산이 목까지 쌓인 듯한 느낌이고, 시야가 조금씩 좁아진다.


"정호! 하이엘보 유지! 호흡할 때 턱 들지 말고!"


"넵!"


7번째 벽을 터치하고 마지막 출발


손가락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선명하다. 팔꿈치에 열감이 느껴졌고, 폐의 산소는 거의 바닥을 보이는 느낌이다. 그래도 스트로크는 무너지지 않게 길게 미는데 집중했다.


"휴식 1분!"


데크 위로 올라오자 김선우 선수가 생기 있는 얼굴로 웃으며 다가왔다.


"샘! 감독님이 정호샘 초 단축한 걸 보고 욕심난다고 했데요. 잘 빨아들인다고. 그래서 코치님 데시벨이 높아진 거 같아요."


옆에서 김영서 선수가 스트레칭으로 허리를 돌리며 반쯤 농담처럼 중얼거렸다.

"이러다 진짜 같이 프랑스 가는 거 아니야?


"그전에 퇴소하게 생겼습니다... 하악하악-"


이준승 코치가 다시 보드판을 두드렸다.

"자 마지막 네거티브 스플릿 100x4" 앞 50보다 뒤 50 더 빠르게!"


"정호야 왼쪽 evf가 잘 안돼"

"네."


"캐치 들어가면 팔꿈치 먼저 구부려서 물을 앞에서 잡아야 돼, 자꾸 떨어지거나 뒤에서 잡아

어깨로 긁지 말고 광배로 당겨주고, 너 광배 좋잖아. 팔꿈치 위 - 전완- 광배

오케?"


"네! 후우~"


한숨이 아닌 긴 숨을 내뱉으면서 스타트대 위에 발을 걸었다.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더 멀리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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