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여정

블루아이(blue eye)

by Dinnerout

Subject : Invitation to Join the Duracell Elite Training Camp


Dear : Kim Jung - ho.


After carefully reviewing your application, competition history, and submitted training videos, we would like to express our sincere admiration for your swimming skills and athletic ability. Your technique, work ethic, and potential have truly impressed our coaching staff.


On behalf of the Duracell Team, we are pleased to formally invite you to join our upcoming Elite Training Camp. This will be an intensive program designed to challenge and elevate every athlete, and we believe your participation will contribute to the overall strength of the 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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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된 거지?'


'갓댐잇!'


손이 조금씩 떨렸다. 혹시나 해서 미국에서 온 메일을 번역기에 돌리자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캠프는 2/20일부터 종료일 2/27일까지 7일간 플로리다에서 진행되며 1/5일까지 참가 여부를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가 확정되면 훈련 일정, 숙소, 이동에 관한 세부 안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귀하와 함께 훈련하며 이 특별한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듀라셀 엘리트 트레이닝 스태프 존 드림]


'누나 나 메일 하나 보냈는데 이거 봐봐.'

가장 먼저 누나에게 메일과 함께 톡을 보냈다.


5분 정도 지난 뒤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축하해, 정호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누나의 목소리는 들뜬 웃음을 가득 담고 있었다.


"다 누나 덕분이지 누나의 작문실력이 대단했어. 근데 확실히 된 거지? 우리는 믿는다 너가 참가할 거라고 이렇게 쓰여있었으니깐."


"그 정도는 읽을 수 있잖아."

누나가 킥킥 웃었다.

"네 커리어가 거짓말 같으니깐 붙은 거지. 거기다 국가대표 코치랑 김선우 선수가 추천서까지 써줬잖아. 그것도 큰 몫 했지."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진짜 다 누나 덕분이야. 번역기 돌려서 냈으면 읽다가 휴지통 행이었을 거야."


"크크. 그래- 고맙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나 오늘 시간 돼? 파티해야지. 뭐 먹고 싶어?"


"파티하는 거야? 그래 좋아."


전화를 끊고 의자에 앉아서 메일을 다시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단순히 합격 소식을 접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전화점이 될 것 만 같은 예감이 스쳤다.

플로리다에서 듀라셀 선수와 같이 수영을 한다니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공항)


"오빠 올 때 그거 꼭 사 와."


"돈 안 붙이면 안 사 올 거야."


"알았어! 알았어."


출국장 앞에서 동생이 투덜거리며 중얼거렸고, 나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가서 자주 연락해라"


엄마는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았다.


"아니 누가 보면 무슨 몇 년간 외노자로 가는 줄 알겠네. 오빠는 그냥 몇 주 놀다 오는 거야."


"크크크, 그래 그건 니 말이 맞다."


가족들 모두 동생의 농담과 시샘 섞인 말에 빵 터졌다.


"무리하지 말고, 컨디션 조절 잘해라."

아빠는 끝까지 짐을 확인하면서 연신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빠 약 잘 챙겨 먹었지?"


"그래 걱정 말고 다녀와라 단순히 위경련이었어 신경 쓰지 말고 훈련 잘 받고 와."


"아빠 갔다 와서 싸우나 같이 가자."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뒤로 한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플로리다 까지는 직항이 없어 뉴욕 JFK 공항을 경유해야 했다.


인천에서 뉴욕까지 비행시간은 약 14시간, 거기다 플로리다 올랜도 국제공항까지 3시간 총 17시간 이상을 비행기 라니 벌써부터 심란했지만,

처음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는 것과 무엇보다 듀라셀과의 훈련은 심란함 을 넘어 들뜨기에 충분했다.


지난 몇 달간 영어공부와 수영, 듀러셀의 경기모습과 분석까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레벨업만 남았다.


(플로리다 올랜도 공항)


Ladies and gentlemen, we will be landing shortly at Orlando International Airport.

The local time is 3:15 p.m., and the weather is sunny with a temperature of 28 degrees Celsius. Please return your seatbacks and tray tables to their full upright position, and fasten your seatbelts.

Thank you for flying with us, and we wish you a pleasant stay in Florida.”



안내음을 뒤로 한채 비행기 창문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플로리다 하늘은 한 여름 파스텔 톤처럼 부드럽게 펼쳐졌다.


푸른 바다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고, 영화 세트장 같은 하얀 구름들은 장관이었다.


무엇보다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길고 고운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wow so beautiful'


한국에서 뉴욕공항까지 내 옆자리에서 영어 선생님이 돼줬던 케이티 덕분에 영어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케이트는 이제 막 대학생 2 학년이었다.

케이팝 콘서트를 보러 한국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그녀는 한국 문화와 음식 그리고 사람들에게 감명을 찐하게 받은 느낌이었다,


"한국 아이돌은 노래도 그렇게 잘하고, 춤도 완벽하고... 심지어 한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이쁘고 멋있어요."


"난 아냐, 예외도 있어."


"아니야. 정호도 귀여워요"


조금은 피곤했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웃음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녀의 열정적인 팬심은 내가 처음 접한 미국이었다.

비록 수영에 대해 전혀 관심도, 내 아이돌 듀라셀도 몰랐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얼마나 한국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한국 음악 방송 시스템과 문화, 외국 관광객이 느낀 한국문화와 음식까지 또 다른 한국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내 조명이 꺼지기 전까지 우리들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덕분에 내 영어감각은 비행 중에도 무뎌지지 않고 오히려 살아나고 리스닝 실력이 올라갔다.


비행기가 JFK에 착륙할 무렵. 그녀는 SNS 계정을 교환하자고 했다.

"혹시 미국에서 문제 생기면 연락해요. 진짜예요 우리 이제 친구잔아요 안 그래요?"


"당연하지. 계속 연락하자."

한국 문화 덕분에 나까지 묘한 버프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떠난 뒤 언어 장벽에 대한 두려움도 희미하게 사라지고 낯선 땅에 홀로 간다는 불안함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환승을 하고 무사히 올랜도 공항에 착륙을 했다.


올랜도 국제공항은 인천공항처럼 셔틀트레인을 타고 메인빌딩으로 이동했다.

공항은 넓은 규모와 대리석으로 꾸민 바닥과 유리벽이 깔끔했고, 올랜도의 최고 인기인 월트디즈니 광고와 미키마우스 같은 캐릭터들이 곳곳에 'Welcome to Orlando'라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입국심사대는 약간 긴장이 됐다.

최대한 선한 인상을 가진 출입국관리원 줄로 가서 기다렸다.


"왜 미국에 왔습니까?"


올 것이 왔다는 질문에 잔뜩 준비한 대로 외웠던 문장들을 쏟아냈다.


Do you know Duracell?로 시작으로 수영과 관련된 대답과 함께 여기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마무리를 했다.


심사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자기도 수영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며 '굿럭'과 함께 여권에 도장을 철컥 찍었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발걸음은 더더욱 가벼워졌다.


플로리다 밖의 날씨는 습한 기운과 함께 바닷바람이 느껴졌다. 휴양지 특유의 활기찬 풍경은 아메리칸드림의 포부를 다짐하기에 충분했다.


수영장과 숙소는 플로리다 대학교에 있었다.

그곳은 작은 도시 게인즈빌에 있었는데,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거의 2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달리자 창문 밖 풍경은 고층 건물과 번화한 도심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와 하늘, 호수로 바뀌었다.

'이게 바로 미국의 컨트리 감성이 구나.' 혼자 감탄하며 에어팟으로 BTS 신곡을 들었다.


어느 순간 'University of Florida'라는 커다란 간판과 함께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캠퍼스에 내려 관계자가 있는 수영장 건물부터 찾았다.


케리어를 질질 끌며 20분 정도 캠퍼스를 헤맨 끝에 찾은 수영장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Stephen C. O'Connell Center 내 수영장 건물 외관은 현대적인 유리와 철골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아레나 같은 공간이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다.


50m 국제 규격 풀은 파란빛을 띠고 있었고, 10 레인마다 정교하게 배치된 라인줄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수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은 파란색과 주황색이 교차하며 대학의 상징색을 나타냈다.

그 위에는 대형 스코어보드와 전광판이 걸려 있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스타트 대와 다이빙대는 국제 수영연맹(World Aquatics)에서 사용하는 규격으로 흰색으로 반짝이고 관리가 깔끔했다.

이미 몇몇 학생들이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수영장을 바라보며 시합을 하는 공상을 잠깐 했다.

'역시 천조국은 어마어마 하구나'


"welcome to UF! what's your name?"


왠지 이름이 조지일 것 같은 UF로고가 박힌 폴로셔츠를 입고 캠프 관계자가 다가왔다.


김정호입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이따 저녁에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내일 아침부터 훈련에 바로 들어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영장은 수영하는 사람들에 의해 물결이 레인줄을 타고 규칙적으로 퍼졌다가 다시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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