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일출
코로나 덕분에 12월에 연차가 꽤 쌓여있었다.
친구가 강원도에서 군 생활할 때 본 일출과
기가 막힌 스폿 얘기를 듣고
당일치기로 강원도로 출발했다.
12/17
준비물 : 따뜻한 옷, 보온병, 커피, 쌀국수, 카메라, 삼각대
일정 : 일출 감상, 촛대바위, 마늘빵, 햄버거
2:00분
"좀 잤냐?"
"어 한 4시간 잤어"
"그래 출발하자"
밖은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차가운 공기는 폐 깊숙이 들어와 겨울을 알려주었다.
3:30분 가평 휴게소
"여기서 좀 쉬자"
"그래"
어느새 눈은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길바닥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고,
하늘은 뿌연 연기로 덮여 있는 듯
눈구름이 잔뜩 몰려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날씨 예보를 체크했다.
4:30분
마지막으로 졸음쉼터에 들려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카메라로 별을 천천히 찍었다.
삼각대를 세우고 찍는 것도 처음이지만,
밤에 별을 찍는 것도 처음이었다.
빛나는 별을 찍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 만 못하고,
유튜브에서 어쭙잖게 습득한 실력은
좋은 카메라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
6:10분
구불구불 한 도로를 한참 올라간 끝에,
도착해서 정자를 보며
친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여기야"
“여기서 군 생활하면서 본 일출이 잊히지가 않아”
나에게 일출은 출근할 때 혹은
아침 달리기 할 때 본 게 다지만,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강렬한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볼 때마다 느낀다.
그래서 친구의 강원도 일출 얘기를 듣고 쉽게 따라나선 것 같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6:30분
‘금강산도 식후경’
슬슬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준비해온 쌀국수에 뜨거운 물을 붓고 맛있겠다를 외친 후
가장 맛있는 쌀국수를 먹었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고, 차가운 기온은 쌀국수의 얼큰한 국물과 가져온 핫팩이
보온효과를 하는데 충분했다.
7:15분
배 조명만이 바다 위치를 알려주었던
어둠 속에서 하늘은 서서히
파란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거 구름이 생각보다 많은데”
“아냐 좀 만 기다리면 다 없어질 거야”라고
친구 말에 밑도 끝도 없이 반박하긴 했지만
여전히 구름 장막은
바다의 지평선을 가로막고 있었다.
7:45분
진작 카메라 세팅을 끝내고 기다리지만
구름 장벽 너머로 와인빛 붉은색이 감돌뿐
태양은 기미 조차 안보였다.
8:00분
구름 속 조금 한 구멍으로
태양빛이 쏟아져 나왔지만 내심 그리던
바다 수평선 위의 강렬한 태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낭만적인 별과 파란 새벽녘 하늘을 시작으로 강렬한 붉은 태양빛은 포부를 세우기 충분했다.
“완벽한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잔 아”
“여기서 조차 보려면 삼대까지 덕을 쌓아야 하냐?”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봤다는 직장동료의 말이 떠올라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담에는 착한 일을 더 하고
제대로 된 일출을 보러 오자는 말과 함께
오랜만에 간 강원도는 생각보다 가까웠고,
동해 바다는 역시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