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기
일상생활에서 속보가 여행지에서는 완보로
새벽 3시 알람이 울리고 무거운 몸과 눈꺼풀을 간신히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픽업하러 온 친구는 보자마자 “용케 잘 일어났네” 하는 아침 인사를 건넸다.
그 이유는 전적 때문이다. 5년 전 못 일어나서 여행을 망친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천공항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둠을 밝히며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은 처음이었지만 공항은 언제나 생기가 돌고 사람들은 활기에 차있다.
짐은 백팩 하나라 발권기에서 티켓팅을 하고 야식인지 아침인지 모를 밥을 먹고 방콕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5시간 정도 기면 상태로 수완나폼에 도착해서 다음에는 목베개를 사야지 생각하며 출국장에 나와 공항 철도를 타러 갔다.
방콕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정말 외국인이 많았다. 괜히 여행자의 도시가 아니었다.
숙소인 아속역 까지는 bts를 타고 이동했다. 방콕은 bts, mrt, arl 이렇게 열차가 운행된다 arl은 공항철도라 공항에서 오고 가고 를 빼면 탈 일이 없다.
가장 많이 이용한 것은 bts 라인이다. 라인이 다르면 돈을 다시 내야 되는 것을 보고, 환승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걸 다시 느꼈다.
공항철도에서 bts로 갈아타기 전 호텔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파야타이 역에 내려 구글 지도로 맛집을 검색하고 당장 팟타이 맛을 보러 갔다. 그렇게 방콕에서 걷기 여행? 이 시작되었다.
방콕 거리는 생각보다 깨끗해서 걷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대만과 일본 느낌도 났다.
10분 정도 걸은 끝에 제법 평이 좋은 근사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 안에서 메뉴 판을 보자마자 팟타이와 모닝글로리부터 찾았다. 그리고 볶음밥과 만두가 유명한 식당이라 몇 개 더 시켰다.
음식이 나오자 가장 먼저 팟타이를 난생처음 맛보았다. 아러이~ 몇 안 되는 태국말을 외웠는데 절로 나왔다. 미소 짓게 만드는 맛이다.
다음에는 백종원이 꼭 먹어보라는 모닝글로리는 더 맛있었다. 풀떼기가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허겁지겁 태국에서 첫끼를 성공적으로 맞췄다. 계산을 하고 다시 역 근처 커피 팩토리에서 여유를 느끼며 라테를 마셨다.
“젖지 말고 그냥 드세요” 종업이 한마디 하면서 서빙을 해주었다. 여태 맛본 라테 중 가장 풍미가 있었다.
친구는 한 모금 마시더니 “이거 빅마켓에서 먹어봤는데” 하면서 내 감성을 깨트렸지만 난 계속해서 고급진 맛이라 우기며 나만의 여유를 즐겼다.
호텔은 접근성이 좋은 아속역 근처에서 숙박을 하였다. 가격 대비 꽤 맘에 들었다.
대충 짐을 풀고 딸랏롯파이 2 야시장으로 향했다. 1은 모르겠지만 다들 2를 가라 해서 도착한 곳은 천막들로 빽빽이 드러 선 거대한 마켓이었다.
근데 여기서도 차이나 파워를 다시 실감했다.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 30명~40명 정도 줄을 서서 열심히 입구로 들어갔다. 이 깃발은 내가 본 것만 10 팀이 넘었다. 엄청났다.
순식간에 중국 야시장으로 바뀌었다. 상인들은 능통한 중국어로 호객을 하기 바빴고 우리들에게도 중국말로 멘트를 힘차게 던지고 있었다. 다시금 중국의 인구력에 감탄했다.
야시장 하면 먹거리를 지나칠 수 없다. 한 바퀴 구경을 하고 우리는 간단히 새우와 게살 볶음밥 그리고 싱아 맥주와 챙 맥주를 시켜 첫날밤을 만끽했다.
시원한 챙 맥주의 부드럽고 알싸한 탄산은 방콕에 온 걸 실감케 하였다.
“우리 지금까지 2만 8000 천보 넘게 걸었네”
“호텔 도착하면 3만 보 채우겠는데? 근데 우리 쉬러 왔는데 왜 이렇게 걸어 다니냐 방콕 둘레길도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평소 7000보에서 10000만 보 정도 걷는 걸 생각하면 방콕에서 3만 보는 꽤 걸은 느낌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거리는 대수롭지 않게 걸어 다녔다. 몸은 무거웠지만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도 여행지에서는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기분이었다. 일상생활에서의 걷기랑은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또한 방콕의 교통체증도 한몫을 하였다.
걸어 다니면서 보는 낯선 풍경과 현지 사람들은 여행을 더 깊고, 그 나라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 같이 간 친구와 여행 방식이 잘 맞고 구글맵을 기가 막히게 봐서 의지를 하며 함께 걸을 수 있었다.
그래도 동남아시아의 34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3만 보라니... 아속 역 근처 바에서 마지막 싱하 생맥 두 잔을 마시고 새벽 3시부터 저녁 11시까지의 방콕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2 days
한걸음 : 백종원이 방콕에서 아침부터 먹은 족발집을 가서 최고의 식사로 방콕 두 번째 날을 시작하였다.
두 걸음 : 걷는 건 자신 있었지만 대낮 내려쬐는 땡볕에서 사원을 구경하며 걷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랑 맞지 않은 관광지였다. 이 밖에도 여러 사원과 왕궁이 남아있었지만 급히 카페로 가서 땀을 식히며 맛집을 알아봤다.
세 걸음 : 여행자들의 성지 카오산로드를 빼놓을 수없다.
네 걸음 : 마사지와 팟타이는 맨날 경험하라고 하는 것 은 다 이유가 있었다.
다섯 걸음 : 풋팡풍 카레, 똠양꿍 정말 최고다 해장도 하면서 밥도둑이다.
교통
미터기 안 키고 탄 택시들은 안 타는 게 상책이다.
툭툭이는 도시의 매연과 바람을 느끼면서 스릴 만점이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세계 어디든 만원이다.
3 days
아쉬움을 뒤로한 채 체크아웃을 하고 색소폰 펍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새벽 비행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연주자들 앞은 죄다 예약석이었다.
우린 화장실 옆으로 안내해주었다.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자 예약석 뒤쪽으로 안내해줬다.
알고 봤더니 예약석은 100밧 정도 종업원한테 찔러줘야 안질수 있는 일명 100밧 석이다.
나이트도 아니고 너무했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서 관행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연주는 최고였고 뜻하지 않은 특별 게스트는 우릴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데려다주었다.
흑인 소울이란 정말
재즈바를 별로 안 내켜했던 친구는 어느새 온몸으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다음에 온다면 100밧을 준비할 마음이 생겼다.
색소폰 소리가 귓가에 맴돈 채 공항철도에 몸을 실었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마지막 팟타이를 먹으며 친구가
“2만 7 천보 오늘도 엄청 싸돌아 다녔네”
“담에는 어딜 가야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까?”
나는 방콕에서 마지막 싱하 맥주를 뒤로한 채
“글쎄 여행은 어디든 상관없는 거 같아.”
친구와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 다시 현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