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사람들은 왜 에르메스에 열광할까?

나만 아는 가치는 가치가 없다.

by 이녹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아무런 생각없이 성적에 맞춰 경영학과에 입학했던 나는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흥미가 없었다. 영혼 없이 학과 공부를 하던 때 경영학 원론 수업이 내가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재무, 인사, 경영정보, 마케팅 중 내가 속해 있던 팀은 마케팅에 대한 주제에 대해 발표를 해야했다. 마케팅에 대해 발표를 하던 중 교수님이 기습적으로 나에게 "자네는 마케팅을 한 단어로 뭐라고 정의할 수 있나?"라고 물어보셨다. 책을 요약해서 발표하기 바빴던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고, 교수님은 나를 대답할 때 까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앞에 계속 세워두셨다. 30분 동안 벌서는 것처럼 서있던 나는 교수님과 스무고개 형식으로 답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마케팅은 "가치"로 정의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발표가 끝난 뒤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케팅은 말 그대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시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 하는 활동'인데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는 가치가 필요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가치 없는 제품에는 돈과 시간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르메스가 주는 가치


사람들은 희소한 제품일 수록 그 제품에 열광한다. 코치가방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와 에르메스 가방 중 사람들은 희소한 에르메스 가방에 더 열광한다. 코치 가방은 백화점에 가면 돈을 지불하고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캘리백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심지어 돈이 많아도 못산다는 말이 있는 정도다. 에르메스는 그릇, 다이어리, 소픔 등 에르메스의 비인기 제품인 '실적템'을 어느 정도 구입해야 원하는 켈리백이나 버킨백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 구매에 성공했어도 에르메스 가방을 갖기 위해서는 몇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희소할수록 사람들이 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원할 수록 가치가 높다. 에르메스는 브랜드 자체의 희소성을 가치로 이용하고 있다. 에르메스 가방은 원단부터 자체 검사를 통과한 원단만 사용하며 전부 프랑스의 에르메스 장인에 의해 제작된다. 특히나 버킨백은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장인들에게만 버킨백 제작 자격을 준다. 게다가 가방 제작 공정을 모두 한사람이 맡다 보니 장인 한 명은 1주일에 2개의 버킨백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생산량 자체가 적다보니 희소성이라는 가치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에르메스.jpg 에르메스 버킨백



나만 아는 가치는 가치가 없다.

나만 아는 가치 높은 브랜드라도 다른사람 말고 정말 나만 알고 있다면 그 브랜드는 가치가 없다. 음식점을 차리거나 편의점을 차리더라도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비단 제품이나 브랜드, 창업에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이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한 때 나는 내 가치는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봐 줄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그사람의 가치를 알아봐 줄 수 있을까? 물건도 사람도 스스로의 가치를 정의하고 마케팅 해야 남들이 알아봐 줄 수 있다. 퍼스널 브랜딩이 점점 더 중요해진 만큼 내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고 다른사람에게 마케팅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더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