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녹 Dec 08. 2022

흘러가는 시간을 잡는법

30년전 필름 카메라와 함께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나이와 비례해서 시간이 흘러간다고. 10대는 10km, 20대는 20km, 30대는 30km 이런식으로 말이다. 선생님 말대로 계산해 보니 그때 나는 1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내 시간은 10km로 굉장히 느리게 흘러가는거 같아 조금 더 빠르게 흘러서 어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때 선생님 말이 공감 가는게 30대 초반이 되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시간을 잡을 수 있다면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잡는 법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 유일한 방법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스마트폰 카메라가 엄청나게 발달해서 내가 원하는 순간을 마음껏 수십장 찍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한장을 고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사진의 “그 때 그 찰나의 순간”의 소중함이 반감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필름카메라를 샀다. 80대 할아버지가 쓰시던 30년전 수동 필름카메라인 펜탁스 MX였다. 따님이 아버지 집을 정리하다가 발견하고 당근마켓에 올리신거라고 했다. 30년전 카메라였지만 카메라가 새것처럼 깨끗해서 할아버께서 얼마나 소중히 이 카메라를 사용하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30년전 카메라이다 보니 작동되지 않아 을지로에 카메라 고치는 곳에 갔다. 

당근마켓에서 산 앞으로 나와 함께할 30년 된 수동 필름카메라 펜탁스 MX


카메라를 고치려고 찾아보다가 을지로에 고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되어 오랜만에 갔는데 수동카메라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게 신기했다. 사장님이 카메라와 카메라 부품이 가득한 작업실 같은 가게에서 와이셔츠를 입고 카메라를 뚝딱뚝딱 고쳐주셨는데 명품을 만드시는 이탈리아 장인보다 더 멋있어보였다. 필름카메라를 고치고 사장님이 작동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빛조절, 셔터스피드, 렌즈 초점맞추 법 등을 직접 해보니 디지털에 익숙한 나에게 필름카메라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내 필름카메라를 고쳐준 제일카메라수리 사장님, 사장님의 허락을 맡고 찍은 사진



필름카메라는 빛과 초점을 조절해서 천천히 찍어야 하는 느림과 사진을 찍고 그 결과물을 보기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결과물을 봤을 때의 설렘의 매력이 있다. 느림, 기다림, 설렘 덕분에 필름 카메라로 남기는 그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필름카메라를 통해 흘러가는 내 주변의 찰나의 소중한 순간들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많이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