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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Jun 25. 2023

역사가 얼기설기 엉켜 있는곳

88올림픽의 상징 올림픽공원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가는곳이 있다. 바로 집근처 올림픽공원이다. 필름카메라에 취미가 생긴뒤 카메라를 들고 올림픽공원의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러닝하는 사람, 놀러온 사람들, 가족들을 보며 고민들을 정리한다. 드넓은 올림픽공원 속에 있는 나를 보며 내가 고민하는 건 별개 아니였구나 생각되면서 심각하게 고민 했던 생각들이 다리미질 한것 처럼 쫙 펴지면서 정리된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올림픽공원은 몽촌토성역에 있다. 몽촌토성은 원래 백제 수도였던 위례성의 일부이다. 역사가 깊은 곳인 만큼 올림픽 공원 곳곳에는 꽤 오랫동안 유물을 발굴하는 곳이 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장소에 1988 올림픽을 위해 올림픽 경기에 사용할 경기장을 짓게 되었다. 올림픽공원 안에는 체조경기장, 수영장 등 큰 경기장들이 있어 올림픽 이후에는 체조경기장 등에서 다양한 가수들의 콘서트를 하곤 한다. 올림픽공원은 무려 여의도의 절반 크기 이다. 


작년 늦가을에 찍은 나홀로나무


송파토박이인 나는 올림픽공원에 관한 추억이 많다. 부모님은 결혼사진을 올림픽공원에서 찍었고, 나는 학교에서 매년 사생대회나 봄가을 소풍을 올림픽공원으로 갔었다. 초중고 졸업사진은 모두 올림픽공원에서 찍었다. 특히 어렸을 때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고 올림픽공원에 갔다. 성인이 되어서는 엑스와 함께 와서 올림픽공원을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비눗방울을 날리는 부모님과 그걸 쫓는 아이들, 그리고 가족 사진을 찍어주는 아빠의 뒷모습


올림픽공원이 있는 몽촌토성은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개인적으로 추억이 많은 곳이다. 여의도 절반크기의 올림픽공원을 올 때마다 특정 장소에 가면 마치 그 때로 돌아간것 처럼 과거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 땐 몰랐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이제 조금씩 옛날에 어른들이 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하는지 알것같다. 나에겐 올림픽공원이 개인에 역사가 켜켜이 쌓여 얼기설기 엉켜있는 그런 장소이다. 


올림픽공원 안에서는 유물들을 발굴하지만 몇천년을 거쳐 그곳에 살았던 여러 사람들의 추억은 발굴할 수 없는게 아쉽다. 개인의 시간과 추억은 유물처럼 남지 않지만 그곳을 다녀갔던 사람들의 기억속에는 영원히 남지 않을까? 함께 역사를 남기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카메라를 들고 올림픽공원에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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