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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코끼리 Nov 22. 2020

협박, 가장 쉬운 훈육의 방법을 포기하다.

<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만>을 읽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날이 너무 많았다. 너무 쉽게 러나는 내 인내심의 바닥을 보는 날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잘하는 것은 바로 '협박'이었다. "너 계속 그러면 티브이 끌 거야.", "약속 안 지키면 내일은 네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 정말이지 세상 그렇게 단호하게 겁주는 엄마가 바로 나였다.


협박은 아이의 의지는 바꾸지 못하고 지금 당장의 행동만 조종할 뿐입니다. 오늘은 부모님의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얼떨결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만, 내일 부모님의 기분이 좋을 때는 또다시 원래의 행동을 할 것입니다.
- "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만", 우치다 겐지.

아 서문부터 그렇게 나를 후벼 팠던 책이었다. 그동안 비폭력 대화를 테마로 하는 다른 책들도 많이 읽었는데 그때마다 뼈 때리는 글에 반성하는 것도 수차례였지만, 나는 늘 인내심의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 욱하는 엄마였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아이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지를 여실히 깨닫는 그 모든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비참해졌고, 작아졌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대단하지만, 그래서 나는 엄마가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엄마라서 내 아이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면, 한도 끝도 없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약한 존재인 것이다.


큰 소리로 호통을 치든,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든, 결국은 자신의 말에 상대가 따르게 하려는 점에서는 같은 것이다. 명령형으로 말했을 때 아이는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다른 말로 대답하면 변명이나 반항으로 받아들여질 뿐이기 때문에, 애당초 "네"말고 다른 대답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도 이미 알고 있다.
-"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만", 우치다 겐지.

이 책은 아주 작정을 하고 썼다. 나 반성하라고. 그게 분명했다. 나는 통제의 욕구를 내려놔야만 하고, 아이도 아이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니 이 책에서는 제안형으로 말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랬을 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내가 아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인 걸까.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었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상황이 벌어진 다음 일단 화가 나기 시작하면, 내 말만 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 그건 훈육이라은 탈을 쓴 화풀이였을 것이다. 내 평생을 두고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나는 내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아이가 약속을 해놓고 돌아서는 즉시 잊어버린다면 무리하게 약속을 지키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약속을 지키려는'동기를 유발하도록 하자. 약속은 명령이 아니다. '이 약속은 꼭 지켜야지'라고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전달해주어야 한다.
"엄마 말투부터 바꾸셔야겠습니다만", 우치다 겐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나로 하여금 분노를 폭발하게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화를 내지 않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민이 되고, 내 생각은 기껏해야 칭찬스티커뿐이다. 약속을 지키면 스티커를 주고, 다 모으면 선물을 사주는 것. 그리고 나 스스로를 위한 판으로 달력을 만들어서 욱하지 않은 "무욱데이"를 달성한 날마다 스티커를 붙여야겠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너에게 서툰 거라는 변명은 이제 그만하고 싶어. 세상에 처음 태어나 그저 처음 만난 내가 너의 엄마라는 이유로 세상 가장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사랑해본 적 없는 네가 이렇게 사랑을 하는데 엄마가 처음이라는 이유로 너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나를 내려놓기로 결정할게. 엄마는 너에게 협박을 하지 않을게. 그냥 솔직히 엄마의 기분을 털어놓을게.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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