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보다 더 중요한 것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고 느끼다.

by 엄마코끼리
SE-d17f8e87-cf0e-4fa3-8c92-3c8e834b5acd.png?type=w1

내 시간이 간절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해도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새벽 시간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20대에는 자기 계발서를 찾아가며 읽었고, 30대에 엄마가 되면서부터는 육아서를 찾았다. 이제는 나를 찾고 싶었다. 엄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갈 날이 한참 남은 나로서 어떻게 다음 페이지를 써 내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남는 독서를 하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됐다는 경이로움과 육아의 피로는 동시에 왔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인해 느끼게 되는 순간순간의 억울함과 아이와 함께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돈 공부를 시작했고, 다시 자기 계발에 열정을 쏟았다.


엄마의 역할에는 퇴근이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유치원에 간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래서 블로그 글을 쓰는 시간이 늘 뒤로 밀리다 보니 저녁을 먹고 다 치운 다음에야 노트북을 켜게 됐다.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 늘 허겁지겁 글을 썼다. 자기 계발을 한다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지만, 아이들 재워야 하는 시간에 쫓기다 보면 나는 나대로 초조하고 신랑의 눈치가 보였다.


글 한 편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잘 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백일백장 챌린지를 혼자 하면서 꼭 해야만 하는 루틴처럼 지키면서 기를 쓰고 노트북 앞에 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종일 마음에 남았다. 내 시간을 방해받는 기분에 예민해질 게 아니라 기꺼이 못 쓰는 날이 생기더라도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얼마 전 신랑이 게임하는 걸 두고 잔소리를 했더니 자꾸 얼마 안 했다고 하길래 앞으로 시간을 재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랑이 반박한다고 하는 말이 "그럼 나도 너 책 보는 시간 잰다?"였다.

SE-6deca2d0-9f92-4935-b7b9-0dd6bef1f163.jpg?type=w1 출처: 픽사베이

순간 게임하는 거랑 책 보는 거랑 같은 취급을 한다는 게 화가 나서 기분이 너무 나빴다. 그리고 나는 독서시간을 이미 기록하고 있기는 했다. 근데 나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화가 났다. 서운하고 화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을 해보니 우리 신랑에게는 '자기 계발'이 딱히 의미가 없어서 그렇다는 걸 알았다. 자기가 웹툰과 웹 소설을 보는 것과 내가 돈 공부를 하고 아이의 학습을 위해 공부하기 위해 읽는 모든 활동이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신랑에게는 게임패드를 들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허무해졌다. 이건 억울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저 코앞에 벽을 두고 서 있는 것 같은 답답함만 느껴졌다.


하지만 오늘 책에서 발견한 저 한 문장으로 남편을 이해할 힘을 얻었다. 나와 다를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책을 읽고 자기 계발을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게 의무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데 관심이 없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대단한 잘못도 아니고 인격적 결함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소중한 걸 이해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서로 알아가며 간극을 줄여가면 되는 일이다. 그만큼 신랑에겐 게임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단박에 날 향해 날선 반응을 보일 만큼 말이다. 그저 서로 이해할 수 없다로 결론내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그게 어떻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야겠다. 사춘기를 맞이할 우리 아들의 모습을 지금 예고편으로 맛보기 한 거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SE-f5b02e1a-56e7-4ec1-bcc3-fcc4a5375a69.png?type=w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실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