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 등굣길부터 비가 쏟아져 바쁘게 발을 놀려야 했다. 남편의 보험 계약 계약자 변경을 위해 시어머니가 올라오셔서 오늘은 보험사를 세 곳이나 방문해야 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분주했다.
그냥 지점을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업무를 처리하는 곳은 따로 있었다. 그래서 노원과 광화문을 가야 했는데 중간에 1호를 픽업해서 미술 학원에도 데려다줘야 했다. 그나마 오늘 지난주 보강이 잡혀있어서 미술 수업 시간이 길어서 다행이었다.
비가 오니 습도는 오르는데 바쁘게 다니다 보니 땀이 났다. 다른 사람들의 컨디션도 좋을 수 없는 날이었을 것이다. 보험사 직원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밝은 얼굴로 응대해 주었다. 업무를 하는 내내 빠르게 처리해 주고 친절하기까지 하니 날씨와 다르게 내 마음에 볕이 든 것 같았다. 일하는 건 그 사람이 해야만 하는 업무였지만, 그의 태도에 담긴 다정은 당연한 게 아니었기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를 담아 다정을 돌려주었다.
아이의 다음 주 준비물이 수채물감이다. 드디어 채색 도구에 물감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붓이며 물감이며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에서 대충 고르고 이거 사도 괜찮은지 동네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물감은 어떤 걸 추천받았다거나, 붓은 어디 브랜드를 사라고 하더라 하는 정보를 구한 거였는데 딸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니 수채물감과 도구를 빌려주겠다는 말이었다. 혹시라도 다시 하면 그때 돌려달라면서 근데 다시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냥 내가 물어볼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녀의 다정은 내게 충분했는데, 오늘의 다정은 나에게 차고 넘치는 것이었다.
아이를 하원하러 가는 유치원에서 담임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신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복작복작 지내는 시간이 힘들었을 텐데도 마주치는 순간의 표정들은 언제나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그 모든 순간이 선생님들의 다정일 것이다.
비 오는 날씨가 힘들었고, 빡빡한 스케줄이 힘들었어도 오늘 하루 종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다정에 오늘 하루의 마무리에 나도 내 아이를 향해 다정을 담아본다. 오늘 비록 너는 할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지만 그건 그냥 주말의 너에게 맡기도록 하자. 오늘은 다정하게 여기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