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라고 하는 한비야의 커플 에세이다. 한 번도 만나적 없는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에 나는 괜히 반가웠는데, 책을 보니 정말 그녀와 딱 어울리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결혼을 했구나. 나이와 상관없이 귀여운 커플의 이야기에 사랑스러움과 편안함을 함께 느껴가며 책을 읽던 중 나를 멈추게 한 그녀의 이야기가 있었다.
각오는 했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 두 군데 모두 '빡센' 직장에 다니면서 '빡센' 유학을 하는 느낌이었다. 시간, 능력, 현장경험, 네트워크 모두 부족했지만 버텨야 했다. 어떻게 잡은 기회더냐! 게다가 그때 내 나이는 겨우 48세,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넘쳐흐르고 돌산도 옮길 만큼 힘이 뻗치는 나이였다.
'겨우' 48세라니, 나는 그런 표현을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다. 심지어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넘쳐흐르고' 돌산도 옮길 만큼 '힘이 뻗치는' 나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내 나이를 돌아봤다.
마침 곧 새해가 되고, 새해가 되면 나는 또 나이가 드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은 '성장'하지만 나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저런 고민이 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48세가 '겨우'라면, 나도 아직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47세에 박사과정을 결심한 그녀를 보면서, 심지어 주저함 없이 시작하는 그 열정을 보면서 변함없는 그 모습이 어찌나 내게 동기부여가 되고 응원과 격려가 되었는지 그녀는 아마 모르겠지.
그녀가 자신의 나이를 서술할 때 쓴 표현들은 보통 20대를 두고 하는 것들이다. 그러니 얼마나 내가 낯설었는지 모른다. 예전에 인생시계라는 (비슷한 이름의 어떤) 어플이 있었다. 내 나이를 입력하면 내 인생을 하루 24시간에 맞추어 봤을 때 몇 시인지를 알려주는 어플이었다. 당시에 내가 너무 나이 든 것 같아서 찾아본 거였는데 그때도 나는 아침 시간이어서 너무 당황했던 적이 있다. 오늘 생각나서 뒤져보니 비슷한 이름의 다른 어플이 있었다.
오전 11시 42분. 여전히 오전 시간이며, 오후와 밤에 무엇을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내 삶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사실 나는 내 나이가 무겁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책에서 만난 글귀가 이렇게 와 닿았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침 시간이다. 그러니, 주춤하지 말자. 더 열심히 달려 나가자.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넘쳐흘러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오후와 밤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만 하는 그런 시간에 있음을 나는 다시금 되뇌어보았다.
오랜만에 새해 계획을 세우고, 그리고 하루 계획도 세우고,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위해 실행해나가는 요즘의 내가 20대의 나와 다름이 없음에 너무 감사했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