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이라는 시리즈의 에세이를 늘 관심 있게 보았지만 실제로 읽은 건 '아무튼, 메모'가 첫 책이다. 워낙에 많은 에세이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 다 너무 궁금해서 리스트업만 해뒀는데 이 책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좋아요 눌러놓는 게 아니고 바로 읽어버렸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거랑 내용이 좀 달랐다. 나는 저자의 메모 습관 혹은 메모 꿀팁 같은 게 녹아 있는 에세이라고 기대했는데 아무리 읽어도 그런 건 없었다. 그저 작가가 어떤 것을 메모장에 적어두는지, 그걸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뭐였는지 그런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다. 책을 읽는 끝까지도 나는 그래서 이 작가는 어떻게 메모를 하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은 내 기대를 채워주는 책이 아님을 알았다.(나는 왜 끝까지 자기계발서 같은 내용을 기대했는지 모를 일이다.)
메모는 작가가 세상을 사랑하며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는 메모를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메모는 소중하게 간직되다 책으로 나오거나 다른 어떤 생산물이 되어 나타났다. 아... 이 책은 그런 이야기였다. 메모의 방법론이나 어떤 꿀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에세이니까 당연한 건데 나는 이걸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도 어떤 기대를 놓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에 참 새삼스러웠다. 내가 요즘 독서도 너무 전투적으로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작가가 책에서 말했다. 메모는 자기 생각을 가진 채 좋은 것에 영향을 받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내가 메모할 글을 직접 고르고 쓰는 행위는 내 생각의 지경을 넓혀주거나 아니면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어떤 것일 때 일어난다. 그러니까 내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좋은 글을 만나거나 좋은 말을 만날 때 우리는 메모를 한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좋은 영향을 받으려는 노력의 행위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적극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에서 나는 조금 주춤했다. 과연 나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 그저 메모만 해놓고 그 메모의 양만 늘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나의 삶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고 경험하고 읽은 모든 것의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새로 다짐을 했다. 그래, 나는 오늘도 메모를 해야지. 그리고 그 메모한 것을 잊지 않도록 계속 다시 봐야지. 그러면 내 삶에 그 메모의 흔적이 나이테처럼 남을 거야.